"돈 없어서"…영아 살해 후 실외기 아래 유기한 20대 부모

낙태 마음먹었으나 비용 부담돼 범행한 것으로 파악

갓 낳은 아기를 질식시켜 숨지게 하고 시신을 숨긴 20대 부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오늘(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는 영아살해·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친모 22세 이 모 씨와 친부 21세 권 모 씨의 항소심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1심은 이 씨에게 징역 3년, 권 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2021년 1월 11일 서울 관악구의 자택에서 아이를 출산한 직후 살해하고, 사체를 가방에 담아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아래에 은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사건은 이 씨의 친구가 경찰에 신고하며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은 아기가 사망한 채로 태어났다고 주장해 사건이 종결될 뻔했지만, 경찰은 정식 수사를 결정했고 결국 두 사람은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이 씨는 살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아이를 고향 선산에 묻어주고 장례를 치를 예정이었다"며 사체를 은닉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가 여러 차례 "아이를 출산하면 죽인 후 고향 집 야산에 묻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도 특별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권 씨 역시 방조범이 아닌 공범으로 판단됐습니다.

두 사람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낙태하기로 마음먹고 산부인과를 찾아갔으나 비용 부담으로 인해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심은 "갓 태어난 아기의 생명도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며 "울음을 통해 자신이 태어난 사실을 온 힘을 다해 알린 아기가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보호자인 부모에게 살해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살해 전 미혼모 센터 입양을 알아본 데다 어려운 경제 여건 및 불안정한 심리 상태 등을 참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