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두르고 출입구 걸어 잠그자 옆 단지도 맞대응
도로 하나를 두고 이웃한 두 아파트 단지가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서로 출입구를 걸어 잠그면서 애꿎은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의 A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생 김모(8)군은 그동안 지나다녔던 통학로를 돌아 가파른 언덕길로 등하교하고 있습니다.
김군이 사는 단지 옆 B 아파트가 최근 출입구에 비밀번호가 설정된 철문을 설치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이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가면 2∼3분이면 학교에 도착할 수 있지만, 이제는 단지를 돌아 아이 걸음으로 10분 가까이 언덕길을 올라야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2월 이사 왔다는 김군의 어머니는 "경비 아저씨에게 등교하는 아침 시간대만이라도 문을 열어 달라고 사정했지만, 입주민들이 지켜보고 있어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더운 여름날 땀에 젖어 학교에 도착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했습니다.
A 아파트와 B 아파트 간 갈등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B 아파트에 앞서 먼저 출입구를 걸어 잠그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은 것은 A 아파트였기 때문입니다.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이곳에는 몇 년 전부터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단지 전체를 담장으로 두르고 출입구를 걸어 잠그는 아파트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A 아파트도 지난 2020년 비밀번호가 설정된 철제 출입문과 담장을 설치했습니다.
외부인이 들어와 아파트 단지가 훼손하는 걸 막고 보안을 강화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이 지역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가파른 비탈에 아파트가 지어진 탓에 단지 내 동간 이동을 위한 셔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 공동 전기료를 절감하겠다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A 아파트가 외부인의 출입을 막자 이웃한 B 아파트도 담장을 두르고 출입문을 걸어 잠갔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통학로를 잃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웃 간 갈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B 아파트 주민은 "A 아파트가 먼저 출입문을 걸어 잠그면서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마트에 갈 때도 돌아가야 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면서 "자기들 입구는 닫아놓고 왜 남 탓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김군의 어머니는 "누가 더 잘했느냐 잘못했느냐를 따지기 전에 어른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아이들만 피해를 보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어른들의 비뚤어진 이기심에 더 이상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