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빌라왕'과 최근 인천 '건축왕' 사건처럼 연립·빌라, 소형 오피스텔 등의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깡통전세' 우려 지역이 전국적으로 25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임대차 사이렌' 정보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시·군·구에서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는 곳은 총 25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임대차 사이렌에 제공되는 전세가율은 해당 월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의 임대차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나온 수치입니다.
광역 시·도 단위는 제외한 것으로, 실거래 사례가 적어 공개되지 않는 기초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실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원의 설명입니다.
실거래가를 토대로 한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해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의 위험이 커집니다.
여기에 조직적인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건축왕'의 사례처럼 건물을 신축하면서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선순위 근저당권까지 있는 경우를 포함하면 깡통전세 위험 지역은 이보다 훨씬 많을 전망입니다.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전시 대덕구로 전세가율이 무려 131.8%에 달했습니다.
매매가격이 1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전셋값이 1억3천만원이 넘는다는 의미입니다.
또 경기도 평택시의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이 100.4%로 100%를 넘었습니다.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일대를 중심으로 대기업 직원들의 임차 수요가 뒷받침되며 전셋값이 비교적 높게 형성된 것입니다.
역시 대기업 생산시설이 있는 전남 광양(90.4%), 충남 당진(83.6%) 등도 전세가율이 높았고, 최근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된 경기 용인 처인구 역시 전세가율이 88.1%로 90%에 육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빌라로 불리는 연립·다세대에 대한 불안심리 확산으로 전세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해서 하락할 경우 깡통전세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통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