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무대 위에 올랐던 공연장에서의 의상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지난해 이런 물품을 나누는 무료 나눔 사업인 '빨간지붕 나눔장터'가 개최됐습니다. 국립극단의 의상 621벌, 소품 621개, 신발 및 장신구 328개가 은퇴 후 새 주인을 만났는데요.
올해도 국립극단이 '빨간지붕 나눔장터'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입니다. 국립극단은 지난 2020년 김광보 단장 겸 예술감독이 취임한 이래로 '극장은 작은 지구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지난 기고에서 국내외 미술계의 기후 위기 대응 및 저탄소 활동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국내 공연계의 저탄소 활동과 관련 해외 공연계 현황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국립극단이 2021년 작품 개발 사업을 위해 마련한 '기후 위기와 예술' 강연에서 국립기상과학원 변영화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1970년대 대비 2010년대의 전 세계 재난 재해 건수가 5배 증가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재난 재해 건수는 1970년대 711건, 1980년대 1,410건, 1990년대 2,250건를 기록했고 2010년대는 3,165건입니다.
변 팀장은 지난 2020년 국제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1979년부터 2019년까지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률(GDP) 증가에 따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증가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와 GDP 증가가 거의 유사한 증가 패턴을 보였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결국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급격하게 증가시켜, 홍수 피해와 태풍, 강풍, 산불과 폭염 등 재난을 맞이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최근 지구 온난화 추세는 10년 당 0.2도씩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6년(2015~2020년)이 가장 더웠던 해의 6순위 안에 든 만큼 매년 더운 해의 기록도 경신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지구 평균 기온뿐 아니라 전 지구적인 대기 흐름과 연관돼, 강수 패턴의 변화, 해양의 온난화 및 흐름 변화 등을 야기합니다.
'산업화 시기 대비 1.5도 상승'은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근미래(2021년-2040년 사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당한 저감을 하지 못한다면, 2.1 도 이상의 상승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러한 재난 상황을 막기 위해 산업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개별적인 노력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영국의 공연계가 발 빠르게 나섰습니다.
영국의 14개 제작 극장으로 구성된 런던 극장 컨소시엄(LTC, London Theatre Consortium)은 2010년부터 줄리의 자전거(Julie's Bicycle)와의 파트너십으로 2025년까지 탄소 60%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20년에는 이미 40% 감축을 달성했다고 밝혔니다.
이 컨소시엄의 회원 극장 중 하나인 '로얄 코트 씨어터'는 기후 변화 비상사태를 선포한 최초의 공연 예술 단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극장은 지난 2019년 탄소 중립 공연장으로의 전환을 발표했고 바로 실무그룹(워킹그룹)을 구성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영국에서는 '극장 그린북(The Theatre Green Book)'도 등장합니다. 지속 가능 공학자인 뷰로 해폴드(Buro Happold)와 영국 연극 기술자협회(ABTT, Association of British Theatre Technicians) 등의 합작으로 나온 책입니다.
그린북은 1~3편으로 구성해, 지속 가능한 제작과 건물, 운영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국의 국립극장(The National Theatre)과 스코틀랜드 국립극장, 웨일즈 국립극장, 로열 오페라 하우스, 스코틀랜드 오페라단 등이 모두 이 책의 기준을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5월부터 이를 참고한 지속 가능한 운영을 시작한 영국 국립극장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올해에 달성할 목표는 50%의 제작 물품을 재활용 물품으로 하고, 지상 열펌프 장치 등을 활용해 탄소 배출량 등을 전보다 20% 줄이는 것입니다.
영국 국립극장은 최근 연속적으로 두 해에 걸쳐(2020-2021년, 2021-2022년) 15% 감축을 이뤄냈다고 밝혔습다.
국내에서는 국립극단이 지난해 공연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을 준비하며, 국내 공연계에서도 탄소발자국 계산 도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스태프와 관객 등 공연 관련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수치화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지속가능발전경영센터와 협업하며 측정 방법을 공유했는데요. 스태프는 오고갈 때 활용한 교통수단과 연습 중 식사 시간에 섭취한 식단 등도 공유했습니다.
리허설과 공연 중, 공연 후 폐기물 단계 등 단계별로 나눠 탄소 절감을 위해 노력했는데요. 무대에 올릴 원자재를 절약해 최대한 국립극단의 보유 자재와 대도구만을 활용했고, 음향 장비도 임차하지 않고 최대한 감도 높은 스피커를 이용하는 방안 등을 강구했습니다.
의상은 스태프가 소유하거나 극단이 보유한 것으로 작업하고, 분장도 얼굴이 잘 보이는 '기본' 분장만 하고 비건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국립극단의 시도는 국내의 대표 공연계 단체들이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국립극단은 위에서 언급한 강연과 공연을 기획한 것은 물론, 2021년~2023년 극단 내부 운영 방향에 '적극적인 기후 행동'도 삽입해둔 바 있습니다.
오는 10월에는 관련 주제를 다루는 공연 <스고파라갈>과 <당신에게 닿는 길>도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다만, 영국과 비교한다면 수치로 환산되는 향후 탄소 감축 목표를 먼저 제시하지는 못했고, 실천 범위가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걸음마 단계'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국내 공연 단체들은 어떨까요? 국립극단과 달리, 다른 공연 단체들의 관련 인식과 활동은 더욱 낮은 수준입니다.
국립극장의 경우, 지침이 없는 것은 물론, 국립극단과 달리 탄소발자국 측정을 한 경험이 없습니다. 다만, 비슷한 문제 인식을 갖고 진행한 일부 활동은 있습니다. 국립극장과 농부시장 마르쉐가 함께 하는 '아트 인 마르쉐'의 '다시 살림' 부스가 그 예입니다.
이 부스에서는 손님들이 집에 묵혀둔 종이가방, 신문지, 아이스팩 등을 가져오면 재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종료된 공연의 포스터도 농작물 등을 담을 수 있는 봉투로 만들어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립극장은 이밖에도 전기차 충전소 2개소에서 5개소로 확대했고,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 인증 제품 등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예술의전당은 아직 내부 지침이 없고 관련 활동 또는 공연 계획 등이 마련된 것 또한 없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단체들은 국립 단체들의 탄소 절감 활동을 벤치마크 삼을 것입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국내 공연계 단체들의 탄소 중립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관련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올해도 국립극단이 '빨간지붕 나눔장터'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입니다. 국립극단은 지난 2020년 김광보 단장 겸 예술감독이 취임한 이래로 '극장은 작은 지구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지난 기고에서 국내외 미술계의 기후 위기 대응 및 저탄소 활동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국내 공연계의 저탄소 활동과 관련 해외 공연계 현황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1970년대 대비 2010년대 재난 건수 5배 증가"
국립극단 유튜브 중 이야기판 '예술, 오늘을 마주하다' ②기후위기와 예술 강연 [사진=유튜브]
국립극단이 2021년 작품 개발 사업을 위해 마련한 '기후 위기와 예술' 강연에서 국립기상과학원 변영화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1970년대 대비 2010년대의 전 세계 재난 재해 건수가 5배 증가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재난 재해 건수는 1970년대 711건, 1980년대 1,410건, 1990년대 2,250건를 기록했고 2010년대는 3,165건입니다.
변 팀장은 지난 2020년 국제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1979년부터 2019년까지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률(GDP) 증가에 따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증가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와 GDP 증가가 거의 유사한 증가 패턴을 보였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결국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급격하게 증가시켜, 홍수 피해와 태풍, 강풍, 산불과 폭염 등 재난을 맞이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최근 지구 온난화 추세는 10년 당 0.2도씩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6년(2015~2020년)이 가장 더웠던 해의 6순위 안에 든 만큼 매년 더운 해의 기록도 경신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지구 평균 기온뿐 아니라 전 지구적인 대기 흐름과 연관돼, 강수 패턴의 변화, 해양의 온난화 및 흐름 변화 등을 야기합니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2021년 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보고서 [사진=유튜브]
'산업화 시기 대비 1.5도 상승'은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근미래(2021년-2040년 사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당한 저감을 하지 못한다면, 2.1 도 이상의 상승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영국 공연계, 2010년부터 탄소 감축 목표 세워
이러한 재난 상황을 막기 위해 산업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개별적인 노력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영국의 공연계가 발 빠르게 나섰습니다.
런던 극장 컨소시엄과 줄리의 자전거의 #LTCGreen [사진=줄리의 자전거]
영국의 14개 제작 극장으로 구성된 런던 극장 컨소시엄(LTC, London Theatre Consortium)은 2010년부터 줄리의 자전거(Julie's Bicycle)와의 파트너십으로 2025년까지 탄소 60%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20년에는 이미 40% 감축을 달성했다고 밝혔니다.
이 컨소시엄의 회원 극장 중 하나인 '로얄 코트 씨어터'는 기후 변화 비상사태를 선포한 최초의 공연 예술 단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극장은 지난 2019년 탄소 중립 공연장으로의 전환을 발표했고 바로 실무그룹(워킹그룹)을 구성했습니다.
극장 그린북 2편 베타 버젼 [사진=극장 그린북]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영국에서는 '극장 그린북(The Theatre Green Book)'도 등장합니다. 지속 가능 공학자인 뷰로 해폴드(Buro Happold)와 영국 연극 기술자협회(ABTT, Association of British Theatre Technicians) 등의 합작으로 나온 책입니다.
그린북은 1~3편으로 구성해, 지속 가능한 제작과 건물, 운영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국의 국립극장(The National Theatre)과 스코틀랜드 국립극장, 웨일즈 국립극장, 로열 오페라 하우스, 스코틀랜드 오페라단 등이 모두 이 책의 기준을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5월부터 이를 참고한 지속 가능한 운영을 시작한 영국 국립극장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올해에 달성할 목표는 50%의 제작 물품을 재활용 물품으로 하고, 지상 열펌프 장치 등을 활용해 탄소 배출량 등을 전보다 20% 줄이는 것입니다.
영국 국립극장 환경 정책 페이지 [사진=국립극장 웹사이트]
영국 국립극장은 최근 연속적으로 두 해에 걸쳐(2020-2021년, 2021-2022년) 15% 감축을 이뤄냈다고 밝혔습다.
국내선 국립극단이 자체 '공연계 탄소 절감 기준' 마련
<기후 비상 사태> 리허설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국내에서는 국립극단이 지난해 공연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을 준비하며, 국내 공연계에서도 탄소발자국 계산 도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스태프와 관객 등 공연 관련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수치화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지속가능발전경영센터와 협업하며 측정 방법을 공유했는데요. 스태프는 오고갈 때 활용한 교통수단과 연습 중 식사 시간에 섭취한 식단 등도 공유했습니다.
국립극단 <기후 비상 사태> 기후 노트 [사진=국립극단]
리허설과 공연 중, 공연 후 폐기물 단계 등 단계별로 나눠 탄소 절감을 위해 노력했는데요. 무대에 올릴 원자재를 절약해 최대한 국립극단의 보유 자재와 대도구만을 활용했고, 음향 장비도 임차하지 않고 최대한 감도 높은 스피커를 이용하는 방안 등을 강구했습니다.
의상은 스태프가 소유하거나 극단이 보유한 것으로 작업하고, 분장도 얼굴이 잘 보이는 '기본' 분장만 하고 비건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국립극단·국립극장, 선도하는 위치…국내 공연계 '걸음마 단계'
국립극단의 시도는 국내의 대표 공연계 단체들이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국립극단은 위에서 언급한 강연과 공연을 기획한 것은 물론, 2021년~2023년 극단 내부 운영 방향에 '적극적인 기후 행동'도 삽입해둔 바 있습니다.
오는 10월에는 관련 주제를 다루는 공연 <스고파라갈>과 <당신에게 닿는 길>도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다만, 영국과 비교한다면 수치로 환산되는 향후 탄소 감축 목표를 먼저 제시하지는 못했고, 실천 범위가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걸음마 단계'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국내 공연 단체들은 어떨까요? 국립극단과 달리, 다른 공연 단체들의 관련 인식과 활동은 더욱 낮은 수준입니다.
국립극장의 경우, 지침이 없는 것은 물론, 국립극단과 달리 탄소발자국 측정을 한 경험이 없습니다. 다만, 비슷한 문제 인식을 갖고 진행한 일부 활동은 있습니다. 국립극장과 농부시장 마르쉐가 함께 하는 '아트 인 마르쉐'의 '다시 살림' 부스가 그 예입니다.
국립극장, 포스터로 채소 만들기 행사 [사진=국립극장]
이 부스에서는 손님들이 집에 묵혀둔 종이가방, 신문지, 아이스팩 등을 가져오면 재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종료된 공연의 포스터도 농작물 등을 담을 수 있는 봉투로 만들어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립극장은 이밖에도 전기차 충전소 2개소에서 5개소로 확대했고,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 인증 제품 등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예술의전당은 아직 내부 지침이 없고 관련 활동 또는 공연 계획 등이 마련된 것 또한 없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단체들은 국립 단체들의 탄소 절감 활동을 벤치마크 삼을 것입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국내 공연계 단체들의 탄소 중립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관련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