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억 원 상당 사기 피해 당해
수억 원대 투자 사기를 당한 후 두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어제(20일) 광주고법 형사1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50세 여성 A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 변경에 따라 원심을 파기했으나 원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3월 9일 전남 담양군의 한 다리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딸 24세 B 씨와 17세 C 양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조사 결과 A 씨는 당지 지인 박 모 씨로부터 약 4억 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당해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자녀들을 키울 수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에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합니다.
두 딸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목숨을 건졌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리 살해 도구를 준비해 두 딸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며 "비록 피고가 사기 사건의 피해자로 전 재산을 잃었다는 극심한 절망감에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들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나갈 기회를 박탈한 채 생을 마감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딸 중 한 명은 피고의 계획을 알고 실제 죽기 싫다는 취지의 분명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며 "이 죄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딸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피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등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점, 가족들의 선처 탄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첫째 딸의 경우 '세상에 미련이 남지 않았다'며 스스로 차량을 운행해 범행에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살인죄가 아닌 승낙살인죄로 변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한편 A 씨를 포함한 지인 10여 명을 속여 150억 원을 가로챈 박 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