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 잘못 눌렀다고 총격…10대 흑인 소년, 백인 집주인에 총 맞아

인종 문제로 비화…주민 수백명 가해자 집 앞에서 시위

미국 미주리주에서 한 10대 소년이 방문할 집을 잘못 찾아 엉뚱한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가 집주인에게 총을 맞아 다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17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경찰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캔자스시티의 한 주택에서 총격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집 앞에서 총에 맞아 쓰러져 있는 흑인 소년을 발견했습니다.

랠프 얄(16)이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집주인이 쏜 총 2발에 맞아 머리와 팔을 다쳤습니다.

경찰은 얄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회복 중이며 현재 안정적인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사건 당일 주소가 '115번 테라스'인 집에서 형제를 데려오라는 부모의 심부름으로 이 동네를 찾았다가 주소를 잘못 보고 '115번 스트리트'에 있는 집의 초인종을 누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년에게 총을 쏜 집주인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사건 직후 경찰에 체포돼 24시간 동안 구금됐다가 주법에 따른 기소 전 구금 가능 시간이 지나 풀려났습니다.

얄의 가족이 선임한 변호사들은 성명에서 소년이 "백인 남성 가해자"의 총에 맞았다며 "카운티 검사와 법 집행기관의 신속한 조사와 체포, 기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총격이 인종과 관련한 동기로 발생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현재 우리가 지닌 정보로는 인종적인 동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이 사건에 인종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캔자스시티에서 10대 소년이 총에 맞은 사건에 항의하는 주민들/사진=연합뉴스

전날 해당 지역 주민 수백명은 사건이 발생한 백인 집 앞에 몰려와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서 자주 쓰이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이 사건 이후 얄의 이모가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서 가족의 의료비 마련을 돕기 위해 시작한 모금에 이날 아침까지 100만달러(약 13억2천만원)가 넘는 돈이 모였다고 전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