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계획...1병 당 필로폰 0.1g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은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6개월 전부터 범행을 구상해 역할을 나누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오늘(17일) 오전 브리핑에서, 20대 이 모 씨가 중국에 건너간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사건이 계획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범죄에 가담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17일 출국했고, 보이스피싱에 마약음료를 이용하기로 하고 중학교 동창인 길 모 씨에게 마약음료 제조와 배송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길 씨는 지난달 22일 마약 음료 제조에 사용할 중국산 우유를 국내에서 구입했고, 25일 밤 인천 주택가에서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약 10g을 구매했습니다.
범행 이틀 전인 지난 1일 새벽에는 강원 원주시 집에서 마약음료를 제조했습니다. 경찰은 길 씨가 마약음료를 100병 만든 점으로 미뤄 병당 0.1g의 필로폰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필로폰은 통상 1회 투약량이 0.03g인데, 일당은 미성년자들에게 1회 투약량의 3.3배가 달하는 마약음료를 제공한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급성 중독은 정신착란이나 기억력 상실, 심각한 신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약 음료 100병 중 44병은 폐기됐고, 36병은 미개봉 상태에서 경찰에 수거됐습니다. 나머지 20병 중 2병은 마약 음료를 현장에서 배부한 아르바이트생 2명이 각각 마셨습니다.
18병은 학생들에게 나눠졌는데 이중 8명만 음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병은 학생들이 수령만 하고 마시지는 않았고, 6병은 경찰 확인 중에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중계기를 이용해 전화번호를 010으로 변작해주는 역할은 30대 김 모 씨가 했습니다. 김 씨는 이미 보이스피싱 14건에 연루돼 있었고 관리한 전화번호도 1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번 범행을 전반적으로 기획한 '윗선'인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 중국에 있다고 보고 이 씨 등이 범행을 꾸민 콜센터 또는 합숙소 장소를 특정해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 씨 등을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나눠준 아르바이트생 4명은 2인 1조로 대치동 등을 돌아다녔고, 수당은 15만 원가량으로 조사됐습니다.
아르바이트 모집은 대학생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뤄졌고, 실제 검거된 아르바이트생 중 1명은 대학생으로 파악됐습니다.
마약음료 제조범 길 모 씨 구속송치 / 사진 = 연합뉴스
경찰은 오늘 오전, 길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범죄단체가입활동과 특수상해, 공갈미수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습니다.
중계기 업자 김 씨 또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과 공갈미수 혐의로, 길 씨에게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전달한 30대 박 모 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습니다.
[ 김태형 기자 flas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