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초미세먼지, 폐암 유발하는 원리 밝혀졌다...'이것' 때문
입력 2023-04-16 14:12  | 수정 2023-04-16 14:16
지난 13일 황사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수준을 기록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잠자던 돌연변이 세포에 염증 유발해 종양으로 발전

초미세먼지가 몸속 폐암을 유발하는 원리가 공개됐습니다. 휴면 상태의 기존 돌연변이 세포가 대기오염의 영향으로 종양으로 발전하면서 암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찰스 스완턴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연구원 연구팀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름이 2.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가 폐암을 유발하는 원리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대기오염이 새로운 DNA 돌연변이를 통해 폐암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암 유발 돌연변이가 있는 기존 세포가 염증을 통해 세포 증식을 촉진해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들은 먼저 한국, 대만, 캐나다, 영국 4개국의 대기오염 실태와 이 나라 폐암 환자 3만 3천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특히 폐암의 최대 원인으로 알려진 '흡연'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이들은 비흡연자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상피세포성장인자'(EGFR)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한 폐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EGFR 돌연변이는 건강한 폐 세포에서도 60만 개 중 1개꼴로 발견됩니다.

분석 결과, 꽃가루 알갱이의 10분의 1 정도 크기인 지름 2.5㎛(1㎛=100만분의 1m) 이하 초미세먼지(PM2.5) 오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대기 중 초미세먼지 수치가 높을수록 폐암 발병률이 높았습니다.

이어, 연구진은 초미세먼지와 폐암 발병률 사이의 인과관계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EGFR 돌연변이 조작을 한 생쥐로 비교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 입자에 노출된 생쥐는 그렇지 않은 생쥐보다 폐암 발생률이 더 높았습니다. 다만, 쥐의 폐 세포에서 돌연변이 수가 증가한 것이 아닌, 몇 주간 염증 징후가 지속적으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알랜 발메인 교수는 "대기오염이 암을 유발하는 주된 메커니즘은 새로운 돌연변이를 유발하기 때문이 아닌, 지속적인 염증이 기존 돌연변이 세포를 종양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찰스 스완튼 교수는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가 있는 세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 축적되지만, 일반적으론 비활성 상태"라며 "이번 연구는 폐에서 잠자던 이러한 세포들을 깨워 종양을 형성하도록 촉진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초미세먼지 노출도 높을수록 뇌 퇴행 속도도 빨라져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90%가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으며,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8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초미세먼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는 폐암 사망자는 25만 명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초미세먼지 노출도가 높을수록 뇌의 퇴행속도도 빨라집니다.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담하는 대뇌피질이 위축돼 치매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같은 위해성이 입증됨에 따라 지난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 물질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0μg 증가하면 암 발생 확률은 12%, 기형아를 낳을 확률은 16%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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