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 사이 주담대 0.77%p↓·신용대출 0.74%p↓
주담대 '들썩'...전세대출 빼면 한 달 새 4.6조 원↑
"현재 금리수준 상당히 긴축적...금융시장 상황에 이미 반영"
주담대 '들썩'...전세대출 빼면 한 달 새 4.6조 원↑
"현재 금리수준 상당히 긴축적...금융시장 상황에 이미 반영"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5.8% 수준입니다.
약 한 달 반 전인 3월 3일과 비교하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는 0.770%포인트(p) 급락했습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619%포인트 떨어진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져 시장 금리 하락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A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 추이를 보면, 14일 현재 수준(3.6%)은 2021년 9월 말(3.2%)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습니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4.680∼6.060%)도 한 달 보름 사이 하단이 0.740%p 낮아졌고,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도 한 달 반 동안 0.740%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지표금리 코픽스(COFIX)는 절반 수준인 0.290%포인트(3.820%→3.530%) 낮아지는 데 그쳤습니다.
이처럼 실제 은행의 대출금리가 지표금리보다 훨씬 더 많이 하락한 것은, 연초부터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돈 잔치' 비난 뭇매를 맞은 시중은행들이 0.3%p 안팎 가산금리를 스스로 낮췄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5∼6%에 이르던 은행 대출금리가 최근 크게 떨어지자, 위축됐던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잔액 800조 8천억 원)은 2월 말보다 2조 3천억 원 불었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중 전세자금 대출이 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자금 수요 감소와 전셋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2월에 이어 3월에도 2조 3천억 원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사이 약 4조 6천억 원이나 급증한 것입니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여전히 긴축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 하락과 자금 동향 등으로 미뤄 과연 한은이 의도한 만큼 긴축 효과가 있는 것인지, 당국의 금리 개입이 한은의 통화정책과는 충돌하지 않는지 등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시장금리가 통화정책 의도와 달리 지나치게 떨어지는 현상은 금통위원들도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지난 2월 23일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한 위원은 "금융시장이 한은의 정책 의도보다 완화적 기대를 형성해 실제로 이것이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 반영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