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가짜 청년 노동자 앞세워"
정부·여당이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연 청년 노동자 간담회에 중소기업 대표 아들이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사장 아들이 청년 노동자냐"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청년지도부와 대통령실 청년정책 담당 행정관, 중소벤처기업부 청년보좌역이 모인 '청년 당정대'.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뭉쳐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주 69시간 근로제'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청년 3명을 초청해 현장 간담회를 연 겁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두 번째 이야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그런데 이들 중 핸드백·지갑 제조 및 군수물품 납품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 생산관리팀장으로 소개된 A씨가 해당 업체 대표의 아들인 것이 이튿날 언론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간담회에서 주 69시간제에 대해 "계약 후 3개월 내 집중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까지 늘어나는 것이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다"며 "현장에서는 69시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다"고 호의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경 상근부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고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소기업 사장 아들을 청년 노동자 대표로 위장시켜 참석시킨 것"이라며 "중소기업 현장 청년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아니라 가짜 청년노동자를 앞세워 정부의 69시간 노동제에 대한 청년 노동자들의 생각을 호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가짜 청년 노동자를 앞세워 청년들의 목소리를 왜곡하지 말고, 진짜 청년 노동자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행사를 주도한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 결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중기중앙회의 협조를 받아 참석자를 섭외했고, 그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장 최고위원은 "다만 해당 참석자 외 다른 2인은 각 기업 대표와 특수관계가 아닌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이며 언론에서 지적한 1인도 실제 생산 라인에서 근무 중"이라며 "또 간담회에서 '현재 52시간 제도도 잘 지켜지지 않는데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제대로 보상을 받거나 쉬기 어려울 것 같다' 등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렵게 점심시간을 내준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란다"며 "저희는 더욱 철저한 사전 확인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