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신차 67% 전기차' 방침…자동차업계 울고 배터리 업계 웃었다
입력 2023-04-13 14:27  | 수정 2023-04-13 14:36
전기차/사진=연합뉴스
셈법 복잡해진 완성차업계…전기차 비중 목표달성 바빠져
배터리업계는 긍정적…"전기차 많이 팔리면 수요 늘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0년 뒤인 2032년까지 자국내 판매되는 신차의 전기차 비중을 67%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의 탄소배출 규제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규제안이 공개되자 예상 보다 훨씬 빠른 전기차 전환 속도에 관련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자동차업계는 생산 역량과 현지 시장 수요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이같은 기준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반면, 전기차 판매 증가가 이익으로 직접 연결되는 배터리업계는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차량 배출기준 강화안은 차량의 이산화탄소와 각종 오염물질 배출 허용량을 6년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이 뼈대입니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 50%를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미국 환경보호청의 규제초안 제목이 '청정 운송 미래 전환을 위한 가장 강력한 제안' 입니다. 그만큼 이전 보다 더 강력하게 탄소배출을 제한해서 전기차 전환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내연기관차 기술 개선으로는 한계가 있어 전기차 판매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2032년에는 전기차가 전체의 67%를 차지한다는 게 EPA의 전망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승용차 신차의 전기차 비중은 5.8%에 불과하지만 이를 10년 안에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미국 정부 목표입니다.

강화된 배출기준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테슬라처럼 전기차만 취급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다수 완성차업체는 여전히 내연기관차 비중이 큽니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작년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이 3.9%였습니다.

2030년까지 현대차는 이를 58%, 기아는 47%로 높인다는 목표이지만 새 기준을 맞추려면 한층 더 바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론, 일찌감치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래픽]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 전망/사진=연합뉴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공장 증설 등으로 전동화 전환을 지속 추진하지만, 내연기관차에 대한 시장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터라 당장 생산·판매 믹스에서 내연기관 모델을 급격히 줄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전략 목표 달성 난도가 다소 높아진 것은 사실이고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공통으로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어떤 차가 얼마나 팔릴지에 따라 계산이 달라지는 등 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습니다.

해당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는 이미지/사진=연합뉴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과 맞물려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는 국내 배터리 업계는 시장 확대 측면에서 이번 규제안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전기차 판매가 늘면 그만큼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고 공장 가동률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목표치에 따른 단기 대응 이슈는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는 것이어서 전기차에 투입될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현지에 투자하거나 북미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배터리 업체를 중심으로 유리한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IRA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과 친환경 에너지 지원을 강화한 데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더욱 힘을 실으면서 배터리 업계에는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그래픽] 미국 환경보호청 차량 배출 기준 강화안/사진=연합뉴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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