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졸업식에 '학폭 딸' 영정사진 들고 간 엄마 "교사, 저건 뭐야…투명인간 취급"
입력 2023-04-13 08:55  | 수정 2023-07-12 09:05

학교폭력으로 딸을 잃은 어머니가 자녀의 영정사진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홀대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에 불출석으로 1심 승소조차 지키지 못하고 최종 패소한 고(故) 박 모 양의 어머니입니다.

박 양의 어머니 이 모 씨는 12일 페이스북에 ‘영혼이 참석했던 A 여고 졸업식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박 양은 2015년 A 여고 재학 중 집단따돌림을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 씨는 학교 차원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2018년 2월 졸업식에 영정사진을 들고 참석했습니다.

이 씨는 졸업식이 진행된 강당 내부로 자신이 들어서자 많은 참석자가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봤고, 학교 측은 냉대했다고 전했습니다.


한 교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 씨에게 어떻게 오셨냐”, 어머니가 원하시는 게 뭐냐”고 물었습니다. 이 씨는 자신이 졸업식에서 발언하고 싶다며 학교 차원에서의 잘못을 인정하고, 딸과 남은 가족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교사는 그건 뭐…”라며 말끝을 흐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상복 차림으로 영정을 든 내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뜨악함 그 자체였고 수군거리기도 했다”며 한 명의 여교사는 영정사진을 쳐다보며 ‘저건 또 뭐야라고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그 나이쯤 되면 척 봐도 상복 차림의 사람이 든 사진이 영정사진이라는 걸 알만한데도 교육자인 사람이 저거라니”라며 사물이 된 순간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이 씨는 교사와 이사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 측 누구도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교장은 발언 시간을 줄 것처럼 행동했지만 어느새 폐회식 선언 멘트가 나오고 있었고, 이 씨는 빠르게 마이크를 가로채 발언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단상에 서 여러분들 중에는 박 양이 누군지, 제가 누군지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 아까 교장선생님께서 박 양과 저를 소개할 때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아이라고 단순히 말씀하셨지만, 박 양은 학교폭력 A 여고 왕따 사건으로 시달리다 하늘나라로 간 아이고, A 여고는 박 양이 그렇게 당한 것에 대해서 가해자, 피해자 없음으로 처리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어 졸업생 403명 중에 단 한 명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여러분 모두가 사회로 나가 시련이 생긴다 해도 실망하지 말고, 박 양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외면하지 말고 손잡아 주고, 어른들의 비겁함을 배우지 말고, 젊은 여러분이 희망이니 사람답게 함께 사는 세상, 스스로 주인이 되어 만들어 주시길 부탁한다”며 마무리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발언하는 내내 교장은 안절부절못하며 마이크를 뺏으려 했지만, 졸업생들과 학부모가 서 있던 그대로 멈춰서 집중해 들어주고 박수도 쳤다고 했습니다.

이 씨는 사죄도 용기가 필요한 것인데 오늘도 A 여고는 용기가 없는 비겁함을 보였다. 단상 위에서 발언하는 나를 꼼짝하지 않고, 시선 마주치고 공감하면서 들어주던 아이의 모습들이 그나마 가슴에 남는 하루였다. 이래서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낫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 씨는 학교폭력 피해자인 박 양이 재학 중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자 가해학생 및 학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가해 학부모 1명에게 5억 원을 배상하도록 하고 나머지 피고 33명에 대해선 청구 기각했습니다.

양측 모두 불복해 2심을 진행했지만, 이 소송은 권 변호사가 3차례 항소심 재판에 불출석하며 지난해 11월 취하됐습니다. 또 1심에서 일부 승소한 부분 또한 이 씨를 대리한 권 변호사가 가해 학생 측 책임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11월 패소 판결했습니다.

이 씨는 4개월이 지나서야 권 변호사로부터 재판에 불출석해 패소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이후 이 씨가 SNS를 통해 권 변호사를 공개 비난하며 이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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