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 "美 도청, 그냥 넘어가면 '글로벌 호구'…주권침해이자 외교반칙"
입력 2023-04-10 12:39  | 수정 2023-04-10 13:32
최고위원회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는 점 황당"
박홍근 "우리 국가안보에 매우 심각한 문제"

더불어민주당은 미국 정보기관이 우리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을 도청했다는 뉴욕타임즈 보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고 미국과는 동맹관계다. 동맹의 핵심 가치는 바로 상호존중"이라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는 점도 황당하지만, 동맹국가의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객관적인 내용을 확인해 가면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와 대통령실을 미국이 일일이 감시하며 기밀을 파악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국가안보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양국의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한미 신뢰는 굳건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미국과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남의 다리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즉각 미국 정부한테 해당 보도의 진위와 기밀문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고 파악해서 우리 국민께 한 점 숨김없이 명명백백히 밝히길 바란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어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일본에서 뺨 맞고 오더니 미국은 가기도 전에 뺨부터 맞고 시작하는 것이냐. 나라 체통 좀 지키라"고 했습니다.

홍익표 의원은 라디오에서 "최소한 주한미국대사를 초치해 외교부의 항의 입장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정도의 외교적 액션은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다른 곳도 아닌 대통령실에 대한 도청 행위는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동맹의 가치를 버린 것"이라며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대통령실의 태도는 도청만큼이나 충격적"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이어 이달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당연한 주권도 못 지키는 비굴한 태도로 정상회담을 백만번을 한들 무슨 국익이 생기겠나"라고도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회담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대통령실 '졸속 이전' 때문이라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을 졸속으로 이전하면서 보안대책이 제대로 안 됐다. 각종 장비에 도·감청 장치들이 묻어 들어갔을 수 있다"면서 "더 큰 문제는 대통령실 바로 옆에 미군기지가 있다는 것이다. 옛날 말로 하면 창호지로 된 문종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과거에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일부 국가는 국빈 방문도 취소한 적도 있다"며 한미정상회담 개최 재고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서 합동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윤석열 정부 책임도 크다. 안보의 최전선인 대통령실이 보안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아무런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나설 때, 급하게 NSC 시스템을 꾸리고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닌지 명백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밖에도 "주권을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시라"(강민정), "그냥 넘어간다면 '글로벌 호구'임을 자처하는 것"(강병원), "미국 간첩에 국가 기밀이 털린 것"(김용민), "초유의 보안사고이자 안보 참사"(조승래) 등 의원들의 SNS도 대통령실 비판 메시지로 줄을 이었습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군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사건과 관련,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들을 감청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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