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보름 앞두고 터진 미국 정보당국의 한국 정부 고위인사에 대한 도·감청 의혹의 여파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 정보 관련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 수준이지만,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될 경우 12년만의 국빈 방미 의미가 퇴색되면서 한미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지난 7일 미국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돼 SNS 등에서 공개된 미국의 기밀 문건에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 비서관 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 문제 대화가 포함됐으며 해당 정보가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로 수집됐다"는 의혹 보도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영국, 이스라엘 등 다른 미국 우방국 관련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당국은 "현재 법무부 차원에서 기밀문서 SNS 유출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문서를 놓고는 "진짜 같다"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과 함께 일부 내용의 경우 러시아가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보도가 함께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미 정부가 문건의 사실 관계 확인에 집중하면서 관련된 국가와 물밑 소통을 벌여 파장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한미 정상회담(26일)을 앞두고 있다는 점과 한국의 외교·안보 사령탑까지 대상으로 한 감청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 정보수집의 장소가 미국 본토가 아닌 한국 국내로 보인다는 점 등에서 미국이 이전 사례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해당 의혹이 적절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한국 내에서 미국에 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주미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해야 하고, 필요시 미측과 협의를 할 계획"이라면서 "다만 미국 측으로부터 사실관계를 확인받은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에 유출된 기밀의 정확한 규모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에선 미국의 대응에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경영 기자 business@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