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대전과 충남 홍성, 전남 함평 등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홍성 산불은 사흘간 55대의 헬기를 투입했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탓에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비가 내리며 불의 기세를 잡을 수 있었지만 자칫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뻔한 아찔한 산불이었습니다. 매년 봄이 되면 한반도를 할퀴는 화마 산불. 우리나라에 가장 큰 피해를 준 산불은 어떤 산불일까요?
가장 큰 피해 ‘2000년 동해안 산불
2000년 4월 7일 강원도 고성군 학야리 군부대의 쓰레기 소각장. 소각장 안 쓰레기를 태우고 남은 재에는 꺼지지 않은 불씨가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오전 1시 30분쯤, 고성엔 초속 26m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고 소각장의 불씨는 되살아나 산으로 옮겨붙었습니다.
불이 빠르게 번졌지만 강풍에 진화 헬기가 뜨기 힘들었고, 결국 초동 진화에 실패합니다. 비슷한 시기 강릉과 삼척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시작됐고 결국 이 산불은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남긴 ‘2000년 동해안 산불로 기록됩니다.
불에 탄 면적은 23,794헥타르. 축구장 33,900여 개, 광명시의 6배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해 사라졌습니다. 인명과 재산 피해도 심각했습니다. 2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고, 500동에 달하는 건물과 주택이 불에 탔습니다.
점점 잦아지는 대형 산불
2000년 산불 이후 가장 넓은 면적을 태운 산불은 바로 지난해 일어난 동해안 산불입니다. 2022년 3월 4일부터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과 동해에서 발생한 산불로 20,523헥타르를 태웠습니다. 특히 8일이 넘는 213시간 동안 꺼지지 않으며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꺼지진 않은 산불로 기록됐습니다. 이 산불로 잿더미가 된 산림은 20년이 지나도 회복이 되지 않을 것이란 안타까운 전망이 나옵니다.
또 2019년 2,872헥타르를 태운 고성‧강릉‧인제 산불, 1,944헥타르를 태운 2020년 안동 산불, 1,017헥타르를 태운 2017년 강릉‧삼척 산불이 기록적인 산불로 꼽힙니다.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1천 헥타르 이상을 태운 대형 산불은 2002년 청양·예산 산불이 유일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대형 산불이 해를 걸러 발생할 정도로 잦아지고 있습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소나무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 산불, 끄기 어려운 이유는?
애국가에도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산 곳곳에 퍼져있는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는 산불에 취약합니다.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해서 1.4배 열에너지가 많이 포함돼 있고. 정유 성분 때문에 2.4배 정도 더 오래 탑니다. 활엽수에 비해 불이 잘 붙고 끄기 어려운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무껍질이 두껍지 않기 때문에 불이 나면 열의 영향을 쉽게 받아 죽고맙니다. 연구에 따르면 산불로 난 뒤 나무 죽은 고사율은 참나무류가 20%로 낮은 반면, 소나무는 81%로 높았습니다. 다른 침엽수인 잣나무와 삼나무의 고사율도 각각 93%와 100%로 불에 취약했습니다.(지표화 산불피해지의 수종별 임목 고사율 비교분석) 이에 산림당국은 산림 중간중간에 활엽수를 심어 산불 저지선을 만드는 예방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돌산은 산불 진압에 어려움을 겪게 만듭니다. 돌산은 지표가 흙으로 덮힌 산보다 뜨거운 열기를 쉽게 머금고 또 오랫동안 유지하기 때문에 불을 끄려면 더 많은 물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진화대원들은 말합니다. 또 한 번 껐다 하더라도 다시 재발화할 가능성이 더 높고 험준한 지형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돌산은 진화의 장애물로 꼽힙니다. 실제로 가장 오랫동안 탄 지난해 동해안 산불 역시 돌산에서 불이 나 진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산불은 사람 탓?
국립산림과학원은 기온이 올라가면 산불 발생의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산불기상지수 역시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1.5℃가 높아지면 산불기상지수가 8.6%, 2℃가 높아지면 13.5%가 증가한다는 겁니다. 최근 들어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 역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온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산불이 시작되진 않습니다. 불이 붙는데 필요한 3요소는 가연물과 산소 그리고 열입니다. 건조한 날씨 속 바짝 마른 낙엽이나 나무 그리고 대기 중 산소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자연적 요인입니다. 하지만 이 두 조건이 충족됐다고 해서 불은 나지 않습니다. 꼭 열이 있어야 불이 시작되는데 열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으면 쉽게 발생하지 않는 요소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산불 원인의 대부분 ‘사람이었습니다.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 1위는 바로 32%를 차지한 입산자의 실화였습니다. 그 뒤로 논‧밭두렁 소각(13%), 쓰레기 소각(12%), 담뱃불 실화(6%), 건축물 화재(5%), 성묘객 실화(3%) 순이었습니다. 산불 10건 가운데 최소 7건은 사람 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산림항공본부 제공)
징역 15년 선고될 수도
지난해 3월 강릉과 동해 일대 산림 1,455헥타르가 불에 탔습니다. 이 불은 60대 이 모 씨가 자택과 빈집 등에 토치로 불을 질러 시작됐습니다. 재판부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피해 회복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현행법상 고의로 산불을 내면 최고 징역 15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무겁게 처벌하는 겁니다. 쓰레기를 태우거나 담배를 버리면서 실수로 산불을 냈다고 해도 처벌을 피할 순 없습니다. 실화 역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