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불출석으로 학폭 소송 취하… 변협, 권경애 변호사 징계 검토

재판 나오지 않아 학폭 손해배상 소송 끝나
변협 "엄중한 사안…조사위원회 회부 준비"

학교 폭력으로 사망한 학생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맡은 변호사가 재판에 3번 출석하지 않아 소송이 끝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고 박 모 양은 지난 2015년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박 양의 어머니인 이기철 씨는 2016년 서울시 교육청과 가해학생 등 3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는데,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가해 학생 1명의 손해배상을 인정해 5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소송은 2심으로 이어졌는데, 2심 재판에 이 씨의 변호인인 권경애 변호사가 3번 나오지 않아 항소는 지난해 11월 자동으로 취하됐습니다.

민사소송법은 변호인이 변론기일에 3번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데, 1심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피고는 항소하고 권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아 이것까지 원고인 이 씨의 패소로 바뀌었습니다.

이 씨는 어제(5일) SNS에 글을 올려 "지난 3월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권 변호사에게 연락했는데 계속 받질 않았다"며 "계속 연락해 결국 만났는데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소송이 취하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신도 가슴이 아프다던 변호사 앞에서 주저앉아 통곡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목놓아 울어도 분통이 터진다"고도 했습니다.

당시 권 변호사는 이 씨에게 "한번은 쓰러져서 못 갔고, 그 다음에는 기일을 잘못적어서 못갔다"고 말했다고 적었습니다.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7년 동안 이어진 소송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고 재판에서 진 이 씨는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됐습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 변호사협회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 검토에 나섰습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의뢰인의 신청이 있거나 협회의 직권으로 가능한데, 변협 측은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성실의무를 다하지 않은 권 변호사에 대한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NS에는 조국 사태를 비판한 책 '조국 흑서'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권 변호사에 대해 "재판 중에 의뢰인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더라", "재판 직전에 선거 때문에 바빠서 재판을 못하겠다고 하더라"는 등의 글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MBN은 권 변호사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권 변호사가 속해있던 법무법인은 "권 변호사가 오늘(6일)자로 법인 주사무소에서 탈퇴했다"고 공지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홍지호 기자 jihohong10@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