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탈북 여성 실태조사 통일부도 몰랐다…여가부, 1년 5개월 만 ‘늑장 공유’
입력 2023-04-06 09:47  | 수정 2023-04-06 11:05
지난달 26일 MBN 뉴스센터 [단독] 정부, 성폭력 피해 탈북 여성 실태조사하고도 ‘쉬쉬’ 보도.
여가부, 탈북 여성 실태조사 1년 5개월 만 '늑장 공유'
언론사 취재 시작 이후 일부만 전달
70개 이르는 정책 제언 묻혀 '혈세 낭비' 지적


여성가족부가 탈북 여성들의 성폭력 등 각종 폭력 피해 실태를 4년 만에 재조사하고도 약 1년 5개월 동안 탈북민 지원 주무 부처인 통일부에 전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MBN의 관련 취재가 시작된 이달 중순에야 뒤늦게 조사 결과를 통일부에 전달했는데, 부처의 안일한 대처로 혈세 2600만 원을 들였던 조사가 먼지만 쌓인 채 사장됐다는 지적입니다.

6일 관가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달 14일 여가부로부터 탈북 여성 성폭력 실태조사 일부를 공유받았습니다. △탈북 여성의 폭력피해 지원 기반 강화 △폭력피해 예방력 제고 △북한이탈여성 상담 및 심리치유센터와 동료상담원 역할 강화 등 정책 협업 내용을 주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언론사 취재가 시작되면서 여가부가 일방통행식 공유를 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MBN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1년 조사에 착수했지만 그해 11월 조사를 마치고도 이를 비공개했다는 사실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정부, 성폭력 피해 탈북 여성 실태조사하고도 '쉬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7/0001731239?sid=100]


지난달 26일 MBN 뉴스센터 [단독] 정부, 성폭력 피해 탈북 여성 실태조사하고도 ‘쉬쉬 보도.



취재 결과, 보고서에 담긴 약 70개의 유의미한 정책 제언들은 대부분 묻히고 말았습니다. 특히 유관 부처인 통일부와 연계된 정책 비중이 높았습니다. 대표적으로 △탈북민 주거지 이전 요건에 ‘성폭력 피해 포함 △탈북민 지원 기관인 하나원의 폭력 피해 상담 사례관리 체계화 △하나원 교육 과정을 검토하는 ‘성평등자문위원단 구성 등입니다.

아울러 보고서에서 탈북민 유관 부처와 정책 협업 기관으로 언급됐던 국정원은 보고서를 공유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각 부처에서 추진한 연구용역의 타 부처 공유 등 활용방안은 부처에서 만든 관리규정을 따르게 돼 있습니다. 예컨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연구용역사업 관리규정 제22조는 '정책연구과제 결과를 관련 연구계, 산업계 및 학계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들인 연구물을 널리 알려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여가부의 정책연구용역 관리 규정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제22조에 따르면 여가부 기획조정실장이 매년 정책연구용역 추진과정과 연구결과 및 활용상황 등을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분량의 연구물은 일반에 비공개됐고, 관계 부처마저 연구 결과를 알지 못해 활용 기회를 당초에 날렸다는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정부의 탈북 여성 성폭력 피해 실태조사 정책 제언 일부. 약 70개에 이르는 제언이 쏟아졌지만 비공개와 관련 부처 늑장 공유 등으로 대부분 반영되지 못했다.



앞서 정부는 2017년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 여성 158명을 대상으로 첫 폭력피해 실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탈북 여성의 성폭력 피해 시기가 탈북 과정이었던 때가 26.8%로 가장 많았고 이어 남한 거주 중(25.2%), 북한 거주 중(18.7%)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 여성이 북한에서보다 남한에서 성폭력을 당한 경우가 더 많았던 셈입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피해를 호소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강제성이 수반된 성폭행이 아닌, 심리적 의존도를 높여 성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기 때문입니다.

2020년 9월 군검찰은 탈북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상사 1명과 중령 1명을 기소했지만, 지난해 10월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2020년 7월에는 다른 탈북 여성이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경위로부터 10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습니다.

탈북 여성의 성폭행 사건을 맡아 온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탈북여성 성폭행 사건들은) 직접 북한이탈 주민을 관리하거나 감독하는 공무원들에 의해서 범죄가 일어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이런 경우에 가중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 조항 등 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 무소속 김홍걸 의원실>

[ 안병수 기자 / ahn.byungso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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