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사‧기소 보며 떠오른 '검수완박'…"대놓고 가짜뉴스 유포" [서초동에서]

◇ 미국 사상 첫 '기소된 전현직 대통령' 트럼프…맨해튼지검 수사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정부 출범 이래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의 혼외 성관계를 폭로하려던 포르노 스타에게 입막음용으로 회삿돈 13만 달러를 지급한 혐의를 포함해 적용된 혐의가 무려 34개에 달합니다.

기자 회견하는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장 (출처=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각) 기소 내용을 대중 앞에 발표한 건 앨빈 브래그 미국 맨해튼 지방검찰청장, 그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지난 2016년 선거 관련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거짓 진술을 했다”며 "심각한 범죄 행위를 정상화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미국 검사는 수사 안 한다는 건 가짜뉴스”

대서특필되는 외신을 보다보니 아이로니컬하게도 지난해 ‘검수완박 법안을 추진하던 당시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출처=연합뉴스)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국가는 대한민국뿐,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는 것을 주요 명분으로 내걸고 ‘검수완박을 강행했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정보, 내사 등 초동 단계에서부터 검찰이 증거수집, 참고인 조사 등 수사 전반을 직접 수행하는 나라는 사법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과 영국처럼) 수사·기소권이 권력 분산과 전문성 차원에서 분산되어 가는 추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명국가 어디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

검찰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미국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해서 기소 결정까지 했다”고 언급하며 지난해 검수완박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 미국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다며 가짜뉴스를 대놓고 퍼뜨린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 중대범죄 위주로 미국 검사도 직접 수사

미국은 50개 주 별로 차이가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지방 검찰청도 직접 수사가 가능합니다.

미 연방수사국(FBI)가 연방 범죄의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만, 법무부 소속 검사나 각 주 검찰청 일부도 수사에 나선 사례가 많습니다.

뉴욕주 검찰은 이번 혐의와 관련해 5년 가까이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를 맡아 왔고, 이번 검찰 수사팀은 지난 1월 말 대배심을 구성해 코언을 비롯한 주요 증인들의 증언을 청취하면서 기소를 준비해 나갔습니다.

브래그 지검장은 실제 이번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주도한 인물로 전임자인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지검장이 기소를 포기했던 건을 다시 꺼내 수사하면서 형사기소를 성사시켰습니다.

◇ 미국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 논란

미국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전인 지난 23일 SNS에 수사 책임자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좌표찍기'에 나서는가 하면, 앨빈 지검장에 대해서도 그가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사건을 '정치적 수사'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정치인에 대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이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는 건 현재 한국과 닮은 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놓고 공방이 오가는 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미국 검사는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식의 잘못된 주장은 앞으로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