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숭이에게 엄지 활용한 '마술' 보여줬더니...반응에 '깜짝'
입력 2023-04-05 16:51  | 수정 2023-04-05 16:58
프렌치 드롭 마술에 속아 넘어간 다람쥐원숭이/사진=연합뉴스
'마주보는 엄지' 없는 마모셋 실패율은 6%
신체적 능력이 인지·예측력에 영향


엄지를 활용한 기초적인 손동작 마술 중 '프렌치 드롭'(French Drop)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손의 엄지와 손가락으로 동전을 잡고 다른 손을 가까이하면서 순간적으로 동전을 가져가거나 원래 손바닥에 감춰 어느 손에 있는지 헛갈리게 하는 마술입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연구진이 여러 종류의 원숭이 앞에서 이 마술을 보여준 결과, 인간과 비슷한 손가락 구조를 가진 원숭이들만 속아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엄지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속은 셈인데, 이는 개체의 신체적 능력이 인지나 예측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로 제시됐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비교인지랩' 연구진은 어제(4일) 엄지 구조가 다른 원숭이 세 종을 대상으로 프렌치 드롭 마술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흰목꼬리감기원숭이와 다람쥐원숭이,마모셋 등 3종류의 원숭이 24마리에게 프렌치 드롭 마술을 여러 번 보여주었습니다. 동전 대신 땅콩 등 작은 먹잇감으로 마술을 하고, 먹이가 있는 손을 맞추면 그 먹이를 상으로 주었습니다.

그 결과, 사람과 손가락 구조가 비슷할수록 더 마술에 잘 속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간처럼 마주 보는 엄지를 갖고, 엄지와 검지로 물건을 정확히 집을 수 있는 흰목꼬리감기원숭이는 땅콩을 이용한 프렌치 드롭 마술에서 빈손을 선택하는 실패율이 81%에 달했습니다.

흰목꼬리감기원숭이만큼 능숙하지는 않지만, 제한적이나마 마주 보는 엄지를 활용할 줄 아는 다람쥐원숭이의 실패율도 93%로 거의 매번 속아 넘어갔습니다.

반면, 엄지와 다른 손가락이 맞닿지 않는 마모셋은 마술에 거의 속지 않았습니다. 속을 확률이 6%에 그쳤습니다. 이들은 언제나 본래 먹이가 있던 손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신체의 구조와 움직임에 따라 동물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흰목꼬리감기원숭이와 다람쥐원숭이는 마술사가 보여주는 행동을 스스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동전이 옮겨졌을 것으로 예측한다는 것입니다.

논문 선임 저자인 심리학 교수 니콜라 클레이턴 박사는 "손가락 움직임은 동물이 생각하고 주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이런 경험에 비추어 다른 존재가 어떻게 행동할지도 예상하게 된다"라며 "이번 연구는 각 개체의 타고난 신체 구조가 자신들이 봤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자각과 기억, 주변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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