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 섞여 있는 리튬(lithium) 농도가 높을수록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리튬이 임신 중 태아와 출생 초기 신생아의 신경 발달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튬은 토양과 암석에서 자연적으로 식수원으로 흘러들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형 전자기기와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강물이 오염되면서 수돗물의 리튬 농도가 높아질 위험이 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베아테 리츠 박사 연구팀은 임신 중 수돗물을 통한 리튬 과다 노출이 자폐아 출산 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4일 보도했습니다.
2000~2013년 덴마크에서 출생해 ASD 진단을 받은 아이들 8천 842명과 이들과 출생 연도와 성별을 매치시킨 ASD가 없는 아이들 4만 3천 864명(대조군)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주소 촤표 검색(geocode)을 통해 출산 전 9개월과 출산 후 9개월간 실험군과 대조군 거주지역의 수돗물 리튬 함량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수돗물의 리튬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서 출생한 아이들이 수돗물의 리튬 농도가 가장 낮은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보다 ASD 발생률이 4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이 결과는 어머니의 임신 연령, 임신 중 흡연 등 다른 자폐아 출산 위험 요인들을 고려한 것입니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삼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클리블랜드 레인보우 아기·아동병원(Rainbow Babies and Children's Hospital) 자폐증 센터장 맥스 위스니처 박사는 임신 중 정신장애 치료를 위한 리튬 처방이 자폐아 출산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튬은 흔히 조울증이라 불리는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 치료에 쓰이고 있습니다.
그는 "이 연구 결과는 임신 중 수돗물을 통해 리튬에 과도하게 노출된 경우일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따라서 리튬 노출과 자폐아 출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협회 저널 - 소아과학'(JAMA Pediatrics) 최신호에 발표됐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