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날의 유혹
봄을 제대로 느끼는 꽃 축제, 참 오랜만이다. 봄이지만 봄 같지 않았던 지난 몇 년의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버릴 만한 봄꽃 축제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황홀한 봄꽃 세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3말4초. 놓치면 섭섭할 만한 봄꽃 축제를 소개한다.금산 비단고을 산꽃축제
‘꽃대궐이란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금산 군북면 보곡산골에서 열리는 비단고을 산꽃축제는 화려하고 떠들썩하지 않지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봄꽃 축제다. 국내 최대의 산벚꽃 자생 군락지인 이곳에는 산딸나무와 병꽃나무, 조팝나무, 생강나무, 진달래 등도 함께 어우러져 드넓은 산자락을 황홀경으로 만든다. 따라서 잠깐의 축제를 위해 인위적으로 꽃밭을 조성하는 여타의 축제와는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축제는 이제 금산을 대표하는 봄 축제로 자리 잡았다. 축제 기간에는 산신제를 시작으로 지게놀이, 산꽃 자연미술제 등이 열리고, 산꽃과 산골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이 진행된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산꽃 술래길을 걷는 웰빙 걷기대회도 펼쳐진다. 같은 날 열리는 남일면의 ‘홍도화축제와 함께 즐긴다면 최고의 봄꽃 여행이다.
신안 선도 섬 수선화축제
사계절 꽃이 피는 ‘1004섬 신안은 섬마다 고유의 색을 지닌 꽃들이 차례로 피어나 마을을 물들인다. 압해도의 겨울은 동백이 수놓고, 임자도는 튤립, 도초도는 원추리, 병풍도는 맨드라미, 안좌-박지도는 라벤더, 지도 내양리는 유채. 봄이 시작되는 지금은 노란 수선화가 만발하는 선도(蟬島)의 시간이다. 섬의 생김새가 매미를 닮아서 선도라 불리는 이곳은 인구가 250명 정도 되는 작은 섬이지만 봄의 수선화 때문에 신안의 명소가 되었다. 1986년, 선도로 귀촌한 ‘수선화 할머니 현복순 씨가 처음 수선화를 심고 퍼트리면서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섬은 2018년 신안군이 수선화 단지를 조성하면서 ‘수선화의 섬이 되었다. 축구장 16개 크기에 달하는 선도 수선화 단지에는 전 세계 100여 종의 수선화 약 200만 송이가 심어져 있고 이맘때면 ‘수선화축제가 펼쳐진다. 수선화 정원과 잔디광장을 새로 조성한 올 축제에서는 선도 사진전, 수선화 회화전 등의 전시와 꽃팔찌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선도는 배편을 이용해 들어가야 하며, 압해읍 가룡선착장에서 차도선으로 50여 분이 소요된다.
제주 한림공원 튤립축제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첫손가락에 꼽을 만한 명소가 제주 한림읍 한림공원이다. 명성에 걸맞게 한림공원은 사계절 아름다운 꽃이 만개한다. 지난 1971년 창업자인 송봉규 선생이 10만여 평의 황무지를 개간해 만든 이곳에는 아열대식물원, 야자수길, 산야초원, 재암수석관 등 9가지 테마 정원이 있고, 더욱 특별한 것은 1월의 수선화부터 12월의 애기동백까지, 365일 아름다운 꽃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지금 한림공원은 튤립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튤립축제에서는 다이너스티, 스트롱골드, 퍼플 플래그 등 9개 품종 5만여 송이의 튤립이 산야초원 내 플라워가든을 화려한 꽃동산으로 만든다. 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관람객 누구나 퍼스널컬러 진단을 비롯해 조향 프로그램, 하바리움 만들기, 왁스 타블렛 만들기 등 특별한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글 이상호(여행작가) 사진 금산군청, 신안군청, 한림공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3호(23.4.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