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상공인①] 매물만 쌓인 '제물포역세권'의 시름
입력 2010-03-10 12:02  | 수정 2010-03-11 00:15
【 앵커멘트 】
보통 역세권 상권이라고 하면 유동인구가 많은 명당자리라고 해서 권리금도 상승하는 곳인데요.
하지만, 인천 제물포역의 소상공인들은 지금 갈피를 잃은 시의 정책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박은정 리포터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인천의 제물포역 앞 상권입니다.

1년 전만 해도 종일 사람들로 붐볐던 이곳엔 이제 적막함만이 감돌고 있습니다.

쇠사슬로 출입문을 굳게 잠근 채 영업을 중단한 점포들이 즐비하고, 그나마 영업 중인 곳에는 '임대'라는 글씨만이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성준 / 제물포역세권 상가 대책위원장
- "지금 이 시간대 같으면 점심때거든요. 꽉 차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텅텅 비었어요"

▶ 스탠딩 : 박은정 / 리포터
- "380여 개의 상가가 있던 이곳은 현재 300개의 상가가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항상 사람들이 붐볐던 이 거리가 이렇게 한산하게 변한 것은 작년 8월, 바로 인천대학교가 송도로 이전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인천대학교의 이전과 함께 고객들이 사라진 제물포역 상권.


수십 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 인터뷰 : 신도섭 / 음식점 운영
- "인천대가 이사 가고 그러는 바람에 도리는 없어요. 아무 대책 없이 (시간)보내고 나니까 우리도 황당한 거예요. 여기서 장사를 10년 이상 해봤거든요. 10년 동안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었으니까…."

텅 빈 상점을 떠나지 못한 채 점포를 지키는 몇몇 상인들은 빚을 내거나 다른 일을 병행하며 임대료를 힘겹게 충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인터뷰 : 김대임 / 음식점 운영
- "남의 집에 일 갔다가 오전에 가서 일하고 낮에 와서 했다가 일 끝나면 저녁에 와서 세 줘가면서 이래서 살겠느냐고, 학생들만 보고 장사하는데 학생들 송두리째 다 빼가고 이건 뭐 하는 짓이야?"

오랫동안 노래방을 운영해왔던 강순 씨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같으면 학생들의 개강 모임 등 바쁜 시기로 하루 매출 50만 원, 하지만 지금은 하루 매출 5만 원도 힘든 현실입니다.

▶ 인터뷰 : 강순 / 노래방 운영
- "인천대가 이사 가고 난 다음에는 매상의 10분의 1 정도 밖에 안 돼서 사실은 작년에 제가 애들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월세를 보태는 형편이에요"

▶ 스탠딩 : 박은정 / 리포터
- "인천시는 상인들에게 상권을 송도로 이전하거나 대체부지 마련과 같은 대안을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약 없는 약속이 상인들을 더욱 답답하게만 할 뿐입니다."

▶ 인터뷰(☎) : 전이찬 / 인천시청 팀장
- "인천대 송도 이전으로 주변 상권이 침체된 것은 사실이지만 주민 다수가 사업을 반대함에 따라 제물포 역세권 지역은 2010년 2월, 재정비 촉진지구에서 해제된 상태입니다. 현재로서는 제물포 주변 상가만을 위한 별도의 대책은 없고요"

▶ 인터뷰(☎)
- "인천 상인들 말씀에 의하면 대체부지, 송도이전을 원한다는데?"

▶ 인터뷰(☎) : 전이찬 / 인천시청 팀장
- "다른 지역과 형평성이라든가 사업성의 문제도 있고 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인천시 남구 도화동 일대에 지정됐던 제물포역세권 지구는 애초 복합단지로 개발될 예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도 높았는데요.

하지만, 지난 2월, 재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되면서 재개발사업은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 인터뷰(☎) : 전이찬 / 인천시청 팀장
- "인천대 이전은요 95년부터 장기적으로 추진해오던 사업입니다. 2005년부터 이 지역에 대해서 사업이 구체화 됐고요. 갑작스럽게 대학이전이 이루어진 건 아녀요. 그래서 주변 상인들도 인천대 이전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항입니다."

그러나 당시 보상문제와 관련해 인천시와 지역 주민 사이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주민들의 다수가 재개발을 반대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지역 주민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제물포 역세권 지역은 2010년 2월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되면서 2006년 대비 3배 가까이 올랐던 지역 매매가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제물포 역세권에 남아있는 상인들은 대책위를 결성하고 인천시가 제시한 대책들을 현실화시켜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앞으로의 계획은 미정인 상태입니다.

▶ 인터뷰 : 김성준 / 제물포 역세권 상가 대책위원장
- "제물포 상가 사람들을 송도 캠퍼스 내의 부지로 대체이동을 해서 그쪽에서 장사할 수 있게끔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셨기 때문에 그 약속을 현실로 끌어내는 게 일단 가장 큰 목표고요"

▶ 스탠딩 : 박은정 / 리포터
- "여느 때 같으면 봄철 대목을 맞아 웃음꽃이 피어야 할 제물포의 소상공인들. 하지만, 당국의 졸속행정에 이들의 봄은 아직도 꽁꽁 얼어 있습니다. MBN 박은정 리포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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