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오늘 비행기 탄다…"바로 광주에 가서 5·18 유족에 사죄"

내일 새벽 한국 도착 "한국서 잡히지 않는다면…어디로 가야 뵐 수 있나"
5·18단체 11시 긴급 회의…엇갈린 반응 보여

전 대통령 전두환씨 일가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손자 전우원씨(27)가 광주 5·18민주화운동 유족 등을 만나 사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7일 전우원씨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27일 오전 12시50분(현지 시각) 미국 뉴욕의 존F.케네디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민국행 대한항공 KE086 항공권 예약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전씨가 예정대로 비행기에 오른다면 그는 다음날인 28일 오전 5시20분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합니다.

그는 사진과 함께 "28일 오전 5시20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이후 바로 광주로 가겠다"며 "아는게 하나 없고 어디로 가야 유가족 분을 뵐 수 있는지 모르겠다. 도와달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한국 가서 감옥을 갈지, 무슨 일이 생길지 아는게 하나도 없다. 일단 한국 들어가고 제가 정부기관에 의해 어디 바로 안 잡혀 들어간다면 짐만 풀고 5·18기념문화센터에 들려서 유가족 분들과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5·18단체 관계자들도 전우원씨 방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우원씨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단체의 공식 입장입니다.

5·18 단체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성하겠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과 '전씨의 진정성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마약 치료와 역사 공부 등을 한 뒤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전우원씨 SNS 게시글은 봤지만 아직 재단으로 공식적인 만남 요청이 온 것은 없다. 게시글의 진위 여부와 본인의 의사 등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시차가 있지 않냐. 만일 방문하겠다면 한국시간으로 오늘 중에 연락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늘 오전 11시 5·18기념재단과 공법단체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전우원씨 방문을 주제로 회의할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일방적으로 본인이 오고싶다고 말한 것 뿐이지 무엇을 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없다"며 "전씨가 온다면 무엇을 할지 논의할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씨로부터 연락이 없다면 단체에서 먼저 연락을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며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방문하겠다면 단체로 연락달라'고 보낼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황일봉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은 전씨 방문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황 회장은 "이미 전두환씨는 사망했지만 그 손자라도 사과하러 온다면 언제든지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씨의 일가 폭로 이후 그의 SNS 게시글을 전부 유심히 봤다. 대통령 집안 손자라고 하지만, 안타까운 가정사를 말할 때나 어렸을 적 부모에게서 결핍된 사연들을 보고 들으며 안타깝다고 생각했다"며 "오면 부모된 마음으로 감싸 안아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단체에서는 전우원씨가 오면 함께 국립 5·18민주묘지에 참배하거나 5·18기념공원에 조성된 추모승화공간에 들러 둘러보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전씨는 지난 13일부터 자신의 가족인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폭로를 해왔습니다.

17일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마약을 투약해 환각 증세를 보이다가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후 일주일 만인 지난 24일 퇴원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민폐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전했고, 앞으로 더 이상의 폭로를 멈추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노태우씨의 직계가족인 노재헌씨가 지난 2019년부터 광주를 찾아 아버지 대신 사죄를 했던 행보 이후 가해자 직계가족이 사죄의 뜻을 밝힌 적은 없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