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카고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선 건물...정체는?
입력 2023-03-26 17:46  | 수정 2023-03-26 18:03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사진=게티이미지
약 680명이 수감된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시카고 도심 속, 유독 길고 좁게 창문을 낸 건물이 있습니다.

해당 건물은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Metropolitan Correctional Center·MCC)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교도소 건물인 셈입니다. 이곳엔 현재 약 680명에 달하는 범죄자가 수감돼 있습니다.

교도소는 인적이 드문 외곽 지역에 주로 짓는데 입지가 매우 독특합니다.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는 최고 88.1m에 28층 높이로, 직삼각형 기둥 모양의 형태도 특징입니다.

미국 연방 교도소가 이 건물을 고안하던 1960~1970년대는 ‘교정시설 붐이 일었던 시기입니다. 범죄자들을 단순히 감옥에 가둔 뒤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데서 나아가, 이들을 교정·교화하는 시설과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한창이었습니다.


이에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는 전형적인 교도소에서 벗어나 색다른 설계를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창 밖으로 한 쪽 팔을 뻗기도 힘들 만큼 작은 창문을 낸 것은, 재소자들이 창 밖으로 시카고 시내의 자유로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감옥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건물 곳곳에는 재소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했습니다. 옥상에는 수감자들을 위한 운동장을, 지하 공간에는 레크리에이션 센터를 비롯해 헬스장, 보드게임장 등을 조성했습니다.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사진=게티이미지

새로운 설계 의도는 좋았지만, 범죄자들이 교도소 건물을 탈출하려고 시도하거나 실제 탈출까지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2009년 유명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형인 매튜 놀란이 미국의 한 금융가를 실해한 혐의로 시카고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그가 침대 시트를 묶어 창문으로 탈출할 계획을 짠 것이 발각됐습니다. 이에 매튜 놀란은 14개월 형을 추가로 선고 받았습니다.

2012년 12월에는 재소자 두 명이 교도소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건물에 난 길쭉한 창문 밑 부분을 날카로운 물체로 파내 간신히 몸만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냈습니다. 이후 침대 시트를 뜯어서 만든 30m 길이 로프를 타고 탈옥했습니다. 그러나 탈옥 2주 뒤에 다시 붙잡혀, 악질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콜로라도 수퍼맥스 교도소로 이감되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hj4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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