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타워즈 시리즈 연출한 '미나리' 감독, '부캐' 사진작가 가수 강승윤 만나다…도전 배경은? [김기자의 문화이야기]
입력 2023-03-24 16:54  | 수정 2023-03-27 17:42
코미디언 김해준의 부캐릭터인 카페 사장 최준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유튜브]
정이삭 감독 "모든 다른 장르 도전, 제 내면의 목표"
가수 강승윤 "사진작가로서도 좋은 작품 보여주는 유연한 작가 될 것"
원래 캐릭터와 다른 모습을 뜻하는 이른바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면서 자기 계발에 열중하는 이들이 많은 시대입니다.

앞서 대표적으로 연예계에서 코미디언 김해준이 세계관을 촘촘하게 설정한 '카페 사장 최준'으로 관련 광고만 10개를 찍게 되었다고 밝혔고, 코미디언 이은지 또한 2000년대 레트로 느낌을 내는 '길은지' 부캐로 큰 화제가 됐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계 프리랜서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직장인들까지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을 전후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테스트베드(시험대)로서 본업과 동시에 '부업'을 시작하면서, 이들이 발간하는 전자책 또한 매해 시장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가 주변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요즘, 자신의 전문 영역 안에 남은 채로 색다른 장르를 시도하고 있거나 아예 다른 영역에서의 활동을 시작한 문화예술인들을 만나고, 도전을 하게 된 이유와 배경을 들어봤습니다.

'미국의 한적한 시골'에서 '우주'로 진출한 정이삭 감독

먼저 한국인 이민자의 가족애를 담은 영화 <미나리>로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등 전 세계 112개 트로피를 휩쓴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과 일대일 화상 미팅을 하며 SF 장르인 스타워즈 스핀오프 시리즈 <만달로리안 3> 연출에 도전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정이삭 감독-MBN 일대일 인터뷰 [사진=MBN]

정이삭 감독은 새로운 장르인 '만달로리안 3'를 맡게 된 과정과 해당 에피소드에서 주력한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아래는 인터뷰입니다.

Q. 영화 <미나리>로 수많은 상을 탔고, 배우 윤여정도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후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A. 영화 <미나리>는 확실히 제게 낯선 '인생 사건'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저는 한국 송도에서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저희 가족을 위해서라도 다른 일을 해야 했고 그때 제가 영화 <미나리>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을 말하자면, 제가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다른 직업이라도 가져야 할지 너무 걱정하지 않고 영화 제작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걸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런 걱정은 되살아나는 법이지만 이제 적어도 제 작품과 글 쓰는 일에 집중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으니 참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외엔 저와 제 가족이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Q. 새롭게 <만달로리안 3> 연출에 합류했는데, 어떻게 하게 됐나?

A. (지난 스타워즈 시리즈를 이끌었고 제작 총괄을 맡은) 존 파브로와 2021년 초쯤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파브로에게 "영화 <미나리>를 편집할 때도 만달로리안을 시청했고, 만달로리안 에피소드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파브로가 "좋아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대화를 끝내고나서 며칠 동안 아마 제가 잘못 들었던 것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대리인을 통해 다시 확인을 해야 했죠. 그랬더니 제 대리인이 "아니예요. 그분도 같이 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거예요"라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제가 이 에피소드를 크게 좋아해왔던 만큼 매우 행복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스타워즈 속의 모험을 좋아했고요. 배우들과 일하고 또 TV스크린에서 보던 그로구(아기 요다)를 세트장에서 대면하며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재밌고 행복했습니다. (웃음)
<만달로리안 3> 속 그로구 [사진=디즈니+ 스페셜 선공개 영상]

Q. 기존 연출진이 정이삭 감독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한 것 같나?

A. 제가 이 작업을 시작할 때 존 파브로가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정 감독이 맡아주면 좋을 정말 이상한 에피소드"인데 "이 이상한 에피소드를 당신이 연출해줘서 보시는 분들이 놀라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이죠. 제가 이 에피소드를 만드는 동안 파브로가 여기에 '저만의 도장'을 찍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저는 연출, 그리고 특히 각 캐릭터에 성격을 불어넣는 데 주력했습니다. 퍼싱 박사 역, 그리고 배우 케이티 오브라이언의 엘리아 케인 역의 캐릭터 구축이 제가 원한 일이었고 실제로 하게 됐습니다. 또 그 하늘 아래 배우들이 얼마나 놀라운지, 두 메인 캐릭터 간의 관계가 어떤지 더 강조할 수 있었고요. 정말 재밌었습니다. (웃음)

Q. 영화 <미나리>에서는 섬세한 가족 관계 연출이 확실히 눈에 띄었다. 이번에 SF물로 그려낸 주인공 딘 자린과 그로구의 관계도 그러한가?

MBN과 인터뷰하는 정이삭 감독 [사진=MBN]

A. (웃음)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제 생각에 이번 에피소드에서 주요 캐릭터는 4명입니다. 퍼싱 박사와 엘리아 케인, 그리고 딘 자린과 그로구입니다. 영화 <미나리>와 가장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캐릭터는 <만달로리안 3> 속 과학자 역할이에요.  영화 <미나리> 속 배우 스티븐 연의 캐릭터와 비슷하죠. 그는 과학에 대한 큰 야망으로 눈이 멀어 있고, 그도 그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미나리> 속 할머니 역할과 <만달로리안 3> 속 딘 자린에 대해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듣고보니 그 비유가 매우 마음에 드네요. 그렇게 보면 <미나리> 속 아이인 데이빗은 그로구가 될 거 같아요. 이 비유를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음에는 제가 쓰도록 해야겠습니다. (웃음)

Q. 구체적으로 딘 자린과 그로구 사이의 감성을 어떻게 표현했나?

A. 저는 (아기 요다인) 그로구가 말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딘 자린이 아버지처럼 행동하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루구는 항상 딘 자린을 아버지로서 받아들이고 바라보죠. 그래서 많은 시간을 들여서 카메라로 그로구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로구가 옆에서 항상 보면서 배우잖아요. 저는 여러 면에서 이 관계가 아이와 부모 사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Q. 그동안 인생을 돌아보면 노력을 많이 하면서 살아왔다. 감독으로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

A. 감독이 잘 준비되어 있다면 영화 세트장은 순조롭게 잘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영화 스텝들 뒤에 숨지 않고 아주 잘 준비된 상태로 세트장을 매 순간 지킨다면 더 잘 굴러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한국인의 윤리인진 모르겠지만, 제가 스스로 준비하려는 노력은 확실히 많이 기울이려고 합니다. 그런데 또 전반적으로 모두가 또 열심히 하고요.
제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을 말하자면, 공상과학 장르인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작이 매우 재밌었습니다. 가능하면 저는 매번 다른 장르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모든 다른 장르들을 도전해보는 것, 그것이 사실 제가 할 수만 있다면 이루고 싶은 제 내면의 목표입니다.

가수 강승윤, 첫 개인전 열어…사진작가로 데뷔

'부캐' 사진작가 가수 강승윤은 첫 개인전을 앞두고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기자간담회 중인 가수 강승윤 [사진=MBN]

지난 2010년 방송 슈퍼스타K2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노래 '본능적으로'를 능숙하게 불러 대중의 큰 인기를 얻은 가수 강승윤. 2013년 서바이벌 프로그램 'WIN: Who Is Next'를 통해 준비기간을 거쳐 아이돌 그룹의 '위너'의 멤버로도 여러 히트곡을 남겼는데요.

시작과 함께 강승윤은 "그동안 제가 만든 것들을 발표하는 순간이 많이 있었지만 새 장르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니까 되게 떨리더라"며 긴장감을 낮추지 못했습니다. '새 출발'에 따르는 설렘을 드러내면서도, 애정하는 사진에 대한 속생각은 담담하게 풀어냈습니다.

"송민호의 제안에 카메라 구입…사진으로 세상 좀더 아름답게 보려 해"

가수 강승윤의 사진 촬영은 그룹 위너의 멤버 송민호의 말 한 마디에서 비롯됐습니다. 강승윤은 "처음 제대로 카메라를 구입한 계기 자체도 송민호 씨가 '사진 찍어보는 게 어때' 한 마디 한 데서 시작했다"며 "서로 영향을 많이 주는 파트너이자 친구"라 밝혔습니다.

음악을 하는 가수일 때와 사진 작가일 때의 시선은 어떻게 다를까. 강승윤은 "음악은 대중음악 가수로서 좀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게끔 보통 사람을 주제로 하는 소소한 감정을 담는다면, 사진으로는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보는 세상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강승윤은 이번 개인전에서 관객들이 가장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허망'이라는 작품과 '함께'란 작품을 꼽았습니다.
작품 '허망'(사진 위), 작품 '함께'(사진 아래) [사진=MBN]

그는 '허망'과 관련해, "높은 건물에서 살고자 하는 이유가 뭘가 생각해봤다"며 "높은 곳에 내가 좀 더 닿아있다는 우월감을 위한 게 아닐까 생각해봤는데, 하늘 앞에선 굉장히 초라하고 낮게 느껴지고 열심히 올라가야 한다는 욕망이 허망하게 느껴지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반대로 '함께'라는 작품은 달동네"라며 "'허망'이라는 작품과 대비되게 비슷한 높이의 집들이 모여서 꽉 차있는 느낌인데, 저한테는 수직적이고 평평한 느낌이 오히려 편안하게 다가왔다"며 "함께 높이를 유지할 친구가 있는 게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함께'의 배경이 된 장소는 강승윤의 고향인 부산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입니다.

"사진은 가장 솔직한 내면이자 동반자"

사진작가로서는 '유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로 한 가수 강승윤은 사진에 대해 "유연한 작가가 되고 싶고,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향하게 되는 것이 가장 솔직한 제 내면 같다"며 "사진은 가장 솔직한 내면이자 동반자"라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전시회장에서 작품을 소개하는 가수 강승윤 [사진=MBN]

전시장에서는 강승윤의 본업인 음악과 부업인 사진이 결합된 형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승윤은 "전시 내용을 집약적으로 풀이해주는 음악이 전시장에서 들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음악을 준비했다"며 "노래 가삿말도 모든 사진과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가수 출신 작가로서 인지도 있는 사진작가로의 진입이 쉽지 않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당연히 부담감이 있다"며 "좀 더 쉽게 관객 몰이하겠지만 누군가의 자리를 뺏기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고, 이런 문화를 대중이 편하게 접할 수 있게 포문을 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전이라고 꼭 격식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습니다.

'듣는 재미'에 이어 '보는 재미'를 노리는 강승윤의 전시는 다음 달 19일까지 서울 성동구 스타트플러스에서 열립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영상취재 : 민병조 기자,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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