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훈PD가 ‘국가수사본부의 기획의도를 소개하며, 현장에서 경험했던 사건들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모 처에서는 웨이브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의 배정훈PD 인터뷰가 진행됐다.
‘국수본은 ‘본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모두 실제임을 밝힙니다. 대한민국의 낮과 밤,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끝을 보는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100% 리얼 수사 다큐멘터리이다.
배정훈PD는 그동안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연출하며 사회적인 이슈들을 주로 다뤄왔다. 이번에 그는 형사라는 직업을 선택해, ‘찐 경찰들의 리얼한 일상을 보여줬다.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 배정훈PD는 잘해도 본전”이라는 업무상 특성을 가졌다고 표현하며, 이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 비판이 아닌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을 진솔하게 보여주고자 했음을 털어놨다.
이에 서울, 광주, 강릉, 부산, 원주, 순천, 여수 등 7개 지역을 돌며 강력 사건부터 강도 사건 등 다양한 범죄들을 수사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배정훈PD는 이런 과정을 담기 위해 오랜 시간 걸렸음에도, 더욱 진솔하게 담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인간적이기도 하고, 오싹하기도 했던 순간들을 회상했다.
또한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자극적이기보다 ‘찐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담아 사기를 진전시키는 것은 물론, 범죄에 대한 경각심까지 깨워주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고려했음을 고백했다.
Q. ‘국수본을 연출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15년 정도 PD생활을 했는데, 10년 정도 ‘그알 ‘궁금한 이야기 Y 같은 류의 이야기를 했다. 경찰관을 만날 일이 많았다. 대부분 찾아가면 반가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잘못 수사가 됐거나 하는 일들을 찾아다니다 보니까 반가워하지 않는 방문이 많았다. 우리는 그분들이 수사를 잘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 그냥 ‘했다이다. ‘잘해도 본전이라는 업무의 특성을 가지신 분들이다. 한 분 한 분 개인적인 신뢰 관계가 생긴 분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 불만 아닌 불만을 이야기하셨다. ‘너희들 항상 우리가 잘한건 칭찬 안해주면서 못한 건 때리기만 하냐라고 했다. ‘경찰관도 잘하는게 많은데라고 하는데 맞더라. 경찰 공무원의 숙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면서 경찰관분들이 수사를 잘하는 부분 같은 절대 다수의 이야기는 왜 조명되지 않을까가 첫 번째 질문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생생하게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했다. 기획안을 써서 국가수사본부를 찾아갔더니 ‘왜 이런 일을 하려고 그래? 그동안 신랄하게 비판할 때는 언제고라는 말도 하셨다. 그런 이야기를 잘 담아보겠다고 해서 기획이 시작됐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조명한 적 없는 경찰관 분들의 노고, 고민, 피해자의 아픔을 생각하는 인간적인 모습들을 잘 담아보자가 기획의 시작이었다.
Q. ‘국수본은 현장으로 출동할 때부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이 어떻게 이뤄진걸까.
A. 제작의 방법론이라고 생각했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방법은 아니었다. 엄청난 실패를 하다가 조금씩 터득해갔다. 각 경찰서에 제작진을 배치하고 있었다. 평소 사건이 많이 나다가 우리가 가면 안나기도 하고, 사건이 안나던 곳인데 나기도 하고 운이었다. 그런 사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거는 계속 기다렸다. 이유는 이 팀들을 주인공으로 제작하고 싶다는 간곡한 소망이 있어서이다. 너무 좋은 경찰관이라고 생각했다. 사건의 경중을 따질 수 없지만, 이분들이라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에피소드여도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기다리다 보니까 사건이 나기도 했다. 한 달동안 사건이 안난 적도 있다. 가자마자 사건이 난 경우도 있었다.
Q. ‘국수본의 촬영 기간과 어느 정도의 인원이 동원됐는지도 궁금하다.
A. 국가수사본부에 처음 기획안을 들고 간 것이 2022년 3월 8일이었다. 공개가 2023년 3월 3일이니까 꼬박 1년 걸렸다. 설득, 섭외 과정 등 여러 과정이 있었다. 촬영부터 생각하면 9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제작팀마다 스케줄이 다르기는 했는데 9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제작팀은 총 7팀 정도가 최대였다. 기간적으로 다르다. 한 팀에 5-6명이 기본 멤버였다. 우리 제작 방식이 서울이면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순천 경찰서면 근처에 월세방을 구해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경찰서로 출퇴근하는 삶이었다. 이것이 제작진의 고충 중 하나기는 했다. 스케줄도, 사건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지 않나. 사건이 언제 날지도 모르고, 주인공으로 삼는 팀이 강력 2팀이라면, 2팀의 스케줄대로 움직이다 보니까 이분들이 얼마나 고된 노동을 하는지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Q. 장시간 형사들과 함께있어야 했다. 호흡적인 부분은 어땠을까.
A. 시간적인 여유가 방송프로그램 만들 때보다 많다는 게 장점이었다.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냥 곁에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손짓을 하는데 오라는건지 가라는건지 몰랐다. 갔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동행에 제약이 없는 것처럼 나왔지만, 제약이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물러났고, 계속 기다렸다. 시간과 비례하게 신뢰관계가 두터워지기도, 깨지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반복됐다. 어느 순간에는 탐문하시다가 멀리서 보고 있었는데 전화가 오더라. ‘어디 있어?라고 찾기도 했다. 밥먹으러 가자고. 서로 존중하면서 찍었다. TV 플랫폼이 아닌 OTT를 제작하면서 누릴 수 있었던 장점이었던 것 같다. 오늘 당장에 못찍어도 된다고 했다. 무리하지 말자고 했다. 물론 이 상황을 놓친 아쉬움도 있지만, 다른 상황을 촬영하면 되지 했다.
Q. 전국 지역 중 7개 지역이 ‘국수본에 담긴다. 지역의 선정 기준은?
A. ‘국수본의 전체적인 스토리 안에 다양한 지역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열심히 섭외하려고 전국 팔도를 다녔다. 이유는 실제 과거부터 지역의 경찰들을 만나 보면 그분들의 성향이라고 할까. 언어, 분위기 정말 달랐다. 그게 다양하게 담겼을 때 콘텐츠 전체를 봤을 때 보는 맛이 있다고 느껴서 전국 다양한 지역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기획했다.
Q. 긴 시간 촬영을 하면서 놓친 사건도 있다고 했는데, 담아내지 못하거나 방송하지 못해 아쉬웠던 사건도 있을까.
A. 원래 ‘국수본을 10회 정도 계획을 했었다. 버리기 아까웠다. 충분히 전달할 이야기가 되는데 싶어서 3회를 더 연장했다. 그래서 그 안에도 일부가 담겼다. 13회에 등장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강력 6팀 형사들의 소매치기 사건이다. 그분들이 정말 짠내나게 고생하는 과정이 잘 담겼다. 소매치기 사건이라고 해서 소매치기를 쫓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거를 수사하는 과정은 웬만한 강력사건 수사하는 것과 유사하다. 또 연휴 때 발생해서, CCTV 업체가 문 닫고 하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하는지 고군분투가 담겼다. 다른 사건에 동원돼서 잠복하고 그러는 짠내나는 강력 6팀을 다뤘다. 경찰 복무 규정이라는 게 있다. 거기에 있는게 13화에 다 나와있다.
Q. 사건 현장에서 시체를 보는 등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A. ‘그알 ‘궁금한 이야기 Y PD, 작가들이 이런 거를 사진, 영상으로 많이 봤다. 실제 현장에 가면 또 다르더라. 어린 연차일 때 이후로 변사 현장에는 십 몇 년 만에 처음 갔다. 시각적인 것보다 후각적인 게 오래 남더라. 고독사 해서 며칠동안 방치되신 분들의 마지막이었는데, 그거는 나도 힘들어서 후배PD에게 들어오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그 잔상이 남는 건 맞는 것 같다.
A. 매주 토요일마다 엄청 받고 있다. 금요일 밤부터 오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 본인들이 하는 일이 드러나는 일이 아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의 소임들을 하는 분들이다 보니까 ‘우리 아빠 멋있다 ‘내 남편 멋있다 ‘우리 아들 자랑스럽다라는 것을 들어본 적 없는 분들이다. 이번에는 본인 가족들, 지인들이 많이 봤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좋은 콘텐츠 만들어줘서 고맙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개선 방안 의견도 있었다.
Q. 소제목의 경우에는 사건보다는 소설의 제목 같은 스타일을 택했다. 이유가 있을까.
A. 사건을 네이밍하는 방식을 ‘그알 할 때 좋아하지 않았다. 프레임이지 않나. 어쩔 수 없이 한 회차 정도는 넣기 했는데, ‘양평 다방 강도 사건이라는 같이 네이밍을 관습적으로 하다 보니 별로라는 걸 뒤늦게 느꼈다. 회자가 되니까. 양평을 인터넷에 치면 강도 사건이 나오니까 그런 프레임이 좋은 게 아니니까 제목을 달리하고 싶던 고민이 깊지 않아 있었다.
Q. 촬영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있을까.
A. 강릉경찰서에 기획안을 들고 처음 간 날 형사과장님 방문울 두드리고 기획안을 들고 갔는데 유심히 째려보시더라. ‘이 사람을 어디서 봤지? 긴가민가했다. 그런데 ‘누구지? 생각한 게 티가 났나보더라. ‘나한테 조사 받았잖아 하더라. ‘궁금한 이야기 Y를 할 때 13년 전 쯤에 원주에서 장목사라고 장애인분들 시설에 감금하는 사건이 있었다. 취재를 하다가 어린 시절 하면 안되는 행동을 했다. 그 사람들을 구출한다고 담을 타고 갔다가 검거된 적이 있다. 그때 강력 팀장님께 조사를 받았는데, 승진해서 강릉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오신 거다. 그래서 ‘사고 안칠거지?하고 말하면서 같이 제작을 하게 됐다.
Q. 살인사건 등 다양한 범죄를 다루는데,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악스러웠던 사건도 등장하는데 더 있었을 것 같다.
A. 그런 사건이 또 있다. 있는데 우리가 안 내보내는 거다. 왜냐하면 우리는 살인사건. 참혹한 현장에 어떤 사건으로 이 국가수사본부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다양한 사건의 유형을 이야기하는 게 어떤 분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데, 살인사건 같은 것은 하나만 해도 되는 것 같다. 다양한 유형의 범죄들을 보여드리고 거기에 모방범죄 우려, 비판도 있지만, 피해 예방이라는 순기능도 있다. 공익적인 목적도 있다. 그쪽에서 요청한 것도 보이스피싱, 마약 등 밀착형 범죄를 한 회차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여러 유형의 범죄를 해결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다. 우리의 방침은 해결하는 경찰관들의 고민, 그 사건을 대결하는 경찰관들의 마음, 생각들이다. 방점이 달랐던 콘텐츠 같다.
Q. 앞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고, 자극적인 소재로 화제였다. 같은 시기 공개되는 만큼 ‘국수본도 자극성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A. ‘나는 신이다랑 비등하게 비교해주셔서 감사하다. ‘국수본이 많이 묻혔다. 같은 날 개봉했다. 나도 그날 ‘나는 신이다를 봤다. OTT라서 그 규제가 헐거워서 선정적이라는 프레임이 나온 것 같다. 우리의 고민도 같은 적용을 받는 OTT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과거 ‘궁금한 이야기 Y나 ‘그알을 제작한 사람들이 ‘국수본 팀에 모여있다. 이 사람들이랑 회의를 할 때 우리 제작진들의 시간이 많은 만큼 회의도 많았다. 영상 하나가 확보됐다. 쓰고 싶을 것 아니냐. 그 다음은 어떻게 쓸까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냥 내도 된다. 규제가 헐거우니까. 그런데 기존의 관습대로 생각하면, ‘그알은 모자이크를 해서 망자에 대한 예의와 유가족들의 아픔 등에 코멘트를 해서 내는데, 이번엔 다른 방식을 고민해보자는 논의가 있었다. 사실 ‘국수본 1, 2화를 보면 사건 현장을 훑는 카메라에 빨강색이 없다. 거기는 피가 낭자한 현장인데 의도적으로 채도를 조절해서 뺀 거다. 모자이크도 쳐봤고, 커튼도 빼봤고, 여러 가지 화면 처리를 하다가 화면을 색보정을 통해서 현장감은 전달해주되 잔인함이나 선정적인 거를 빼보자고 했다. 이어지는 화면은 사체의 사진인데 그 사진을 맥락없이 사진만 보면 무슨 사진인지 모를 거다. 우리의 잔상과 상상으로 본 거다. 사람들이 잔인하다 느끼는 리액션을 보고, 화면 처리를 잔인하게 하지 않아도 잔인하게 느끼는구나 했다. 화면을 다시 보면 ‘이게 뭐야? 할 거다. 그 회차에 강아지 사체가 나온 거는 알고 있나. 화면 처리를 그렇게 해서 모른 거다. 우리는 뭔가 죽었구나 하고 시그널을 준 거다. 자극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장치들이었다. 시간이 있어서 그런 고민을 했다. 제작진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았다.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한 거다. OTT라고 해서 더 자극적으로 만들지 말자고.
Q. ‘국수본에 대해 15년 만에 잘 만든 작품이라는 말을 했다. 그 이유는?
A. 늘 시간에 쫓겨서 사람이 느린 편이라 마무리하지 못하고 미완의 형식으로 내보내서 아쉬워하고 그랬다.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스토리에 결말을 봤다. 그리고 나서 사법적인 판결이 나고 내는 점도 있고, 교양 장르가 기동성이 중요해서 가벼운 장비와 세팅으로 다니고, 조연출-연출로 짝을 지어서 다니는데, 이번에는 영화를 촬영하는 시네마 카메라와 장비를 사용했다. 이번에는 이 기사를 보시는 분들이 ‘국수본을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봤다면 TV를 다시 보기를 권장한다. 사실 우리 콘텐츠가 극장에서도 볼 수 있는 4K로 촬영했다. 소스가 다르다. TV 콘텐츠로 제공하는 게 달라서 4K로 즐기기를 현장에서 보는 생생함을 즐길 수 있다.
Q. 재출연 의사를 밝힌 형사도 있다고 했다. 시즌2도 가능할까.
A. 그 사이에 또 우리도 혹시 다음 시즌을 하게 되면 나오고 싶다고 건너건너 연락하는 분들도 계시고, 왜 우리한테 안왔냐고 하는 분들도 계신다. 왜냐하면 경찰관들이 이런 조명을 받아본 적이 없는 조직이지 않나. 잘해도 본전인 그런 조직이다 보니까. 낯설어 하면서 동시에 경찰관분들한테 독려가 된다면 절반은 성공한 거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지난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모 처에서는 웨이브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의 배정훈PD 인터뷰가 진행됐다.
‘국수본은 ‘본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모두 실제임을 밝힙니다. 대한민국의 낮과 밤,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끝을 보는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100% 리얼 수사 다큐멘터리이다.
배정훈PD는 그동안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연출하며 사회적인 이슈들을 주로 다뤄왔다. 이번에 그는 형사라는 직업을 선택해, ‘찐 경찰들의 리얼한 일상을 보여줬다.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 배정훈PD는 잘해도 본전”이라는 업무상 특성을 가졌다고 표현하며, 이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 비판이 아닌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을 진솔하게 보여주고자 했음을 털어놨다.
이에 서울, 광주, 강릉, 부산, 원주, 순천, 여수 등 7개 지역을 돌며 강력 사건부터 강도 사건 등 다양한 범죄들을 수사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배정훈PD는 이런 과정을 담기 위해 오랜 시간 걸렸음에도, 더욱 진솔하게 담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인간적이기도 하고, 오싹하기도 했던 순간들을 회상했다.
또한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자극적이기보다 ‘찐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담아 사기를 진전시키는 것은 물론, 범죄에 대한 경각심까지 깨워주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고려했음을 고백했다.
배정훈 일문일답 사진=웨이브
▶ 이하 배정훈PD와의 일문일답.Q. ‘국수본을 연출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15년 정도 PD생활을 했는데, 10년 정도 ‘그알 ‘궁금한 이야기 Y 같은 류의 이야기를 했다. 경찰관을 만날 일이 많았다. 대부분 찾아가면 반가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잘못 수사가 됐거나 하는 일들을 찾아다니다 보니까 반가워하지 않는 방문이 많았다. 우리는 그분들이 수사를 잘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 그냥 ‘했다이다. ‘잘해도 본전이라는 업무의 특성을 가지신 분들이다. 한 분 한 분 개인적인 신뢰 관계가 생긴 분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 불만 아닌 불만을 이야기하셨다. ‘너희들 항상 우리가 잘한건 칭찬 안해주면서 못한 건 때리기만 하냐라고 했다. ‘경찰관도 잘하는게 많은데라고 하는데 맞더라. 경찰 공무원의 숙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면서 경찰관분들이 수사를 잘하는 부분 같은 절대 다수의 이야기는 왜 조명되지 않을까가 첫 번째 질문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생생하게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했다. 기획안을 써서 국가수사본부를 찾아갔더니 ‘왜 이런 일을 하려고 그래? 그동안 신랄하게 비판할 때는 언제고라는 말도 하셨다. 그런 이야기를 잘 담아보겠다고 해서 기획이 시작됐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조명한 적 없는 경찰관 분들의 노고, 고민, 피해자의 아픔을 생각하는 인간적인 모습들을 잘 담아보자가 기획의 시작이었다.
Q. ‘국수본은 현장으로 출동할 때부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이 어떻게 이뤄진걸까.
A. 제작의 방법론이라고 생각했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방법은 아니었다. 엄청난 실패를 하다가 조금씩 터득해갔다. 각 경찰서에 제작진을 배치하고 있었다. 평소 사건이 많이 나다가 우리가 가면 안나기도 하고, 사건이 안나던 곳인데 나기도 하고 운이었다. 그런 사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거는 계속 기다렸다. 이유는 이 팀들을 주인공으로 제작하고 싶다는 간곡한 소망이 있어서이다. 너무 좋은 경찰관이라고 생각했다. 사건의 경중을 따질 수 없지만, 이분들이라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에피소드여도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기다리다 보니까 사건이 나기도 했다. 한 달동안 사건이 안난 적도 있다. 가자마자 사건이 난 경우도 있었다.
Q. ‘국수본의 촬영 기간과 어느 정도의 인원이 동원됐는지도 궁금하다.
A. 국가수사본부에 처음 기획안을 들고 간 것이 2022년 3월 8일이었다. 공개가 2023년 3월 3일이니까 꼬박 1년 걸렸다. 설득, 섭외 과정 등 여러 과정이 있었다. 촬영부터 생각하면 9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제작팀마다 스케줄이 다르기는 했는데 9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제작팀은 총 7팀 정도가 최대였다. 기간적으로 다르다. 한 팀에 5-6명이 기본 멤버였다. 우리 제작 방식이 서울이면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순천 경찰서면 근처에 월세방을 구해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경찰서로 출퇴근하는 삶이었다. 이것이 제작진의 고충 중 하나기는 했다. 스케줄도, 사건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지 않나. 사건이 언제 날지도 모르고, 주인공으로 삼는 팀이 강력 2팀이라면, 2팀의 스케줄대로 움직이다 보니까 이분들이 얼마나 고된 노동을 하는지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Q. 장시간 형사들과 함께있어야 했다. 호흡적인 부분은 어땠을까.
A. 시간적인 여유가 방송프로그램 만들 때보다 많다는 게 장점이었다.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냥 곁에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손짓을 하는데 오라는건지 가라는건지 몰랐다. 갔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동행에 제약이 없는 것처럼 나왔지만, 제약이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물러났고, 계속 기다렸다. 시간과 비례하게 신뢰관계가 두터워지기도, 깨지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반복됐다. 어느 순간에는 탐문하시다가 멀리서 보고 있었는데 전화가 오더라. ‘어디 있어?라고 찾기도 했다. 밥먹으러 가자고. 서로 존중하면서 찍었다. TV 플랫폼이 아닌 OTT를 제작하면서 누릴 수 있었던 장점이었던 것 같다. 오늘 당장에 못찍어도 된다고 했다. 무리하지 말자고 했다. 물론 이 상황을 놓친 아쉬움도 있지만, 다른 상황을 촬영하면 되지 했다.
Q. 전국 지역 중 7개 지역이 ‘국수본에 담긴다. 지역의 선정 기준은?
A. ‘국수본의 전체적인 스토리 안에 다양한 지역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열심히 섭외하려고 전국 팔도를 다녔다. 이유는 실제 과거부터 지역의 경찰들을 만나 보면 그분들의 성향이라고 할까. 언어, 분위기 정말 달랐다. 그게 다양하게 담겼을 때 콘텐츠 전체를 봤을 때 보는 맛이 있다고 느껴서 전국 다양한 지역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기획했다.
Q. 긴 시간 촬영을 하면서 놓친 사건도 있다고 했는데, 담아내지 못하거나 방송하지 못해 아쉬웠던 사건도 있을까.
A. 원래 ‘국수본을 10회 정도 계획을 했었다. 버리기 아까웠다. 충분히 전달할 이야기가 되는데 싶어서 3회를 더 연장했다. 그래서 그 안에도 일부가 담겼다. 13회에 등장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강력 6팀 형사들의 소매치기 사건이다. 그분들이 정말 짠내나게 고생하는 과정이 잘 담겼다. 소매치기 사건이라고 해서 소매치기를 쫓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거를 수사하는 과정은 웬만한 강력사건 수사하는 것과 유사하다. 또 연휴 때 발생해서, CCTV 업체가 문 닫고 하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하는지 고군분투가 담겼다. 다른 사건에 동원돼서 잠복하고 그러는 짠내나는 강력 6팀을 다뤘다. 경찰 복무 규정이라는 게 있다. 거기에 있는게 13화에 다 나와있다.
Q. 사건 현장에서 시체를 보는 등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A. ‘그알 ‘궁금한 이야기 Y PD, 작가들이 이런 거를 사진, 영상으로 많이 봤다. 실제 현장에 가면 또 다르더라. 어린 연차일 때 이후로 변사 현장에는 십 몇 년 만에 처음 갔다. 시각적인 것보다 후각적인 게 오래 남더라. 고독사 해서 며칠동안 방치되신 분들의 마지막이었는데, 그거는 나도 힘들어서 후배PD에게 들어오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그 잔상이 남는 건 맞는 것 같다.
배정훈PD ‘국가수사본부 사진=웨이브
Q. 방송 이후 형사분들의 피드백들도 있었을까.A. 매주 토요일마다 엄청 받고 있다. 금요일 밤부터 오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 본인들이 하는 일이 드러나는 일이 아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의 소임들을 하는 분들이다 보니까 ‘우리 아빠 멋있다 ‘내 남편 멋있다 ‘우리 아들 자랑스럽다라는 것을 들어본 적 없는 분들이다. 이번에는 본인 가족들, 지인들이 많이 봤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좋은 콘텐츠 만들어줘서 고맙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개선 방안 의견도 있었다.
Q. 소제목의 경우에는 사건보다는 소설의 제목 같은 스타일을 택했다. 이유가 있을까.
A. 사건을 네이밍하는 방식을 ‘그알 할 때 좋아하지 않았다. 프레임이지 않나. 어쩔 수 없이 한 회차 정도는 넣기 했는데, ‘양평 다방 강도 사건이라는 같이 네이밍을 관습적으로 하다 보니 별로라는 걸 뒤늦게 느꼈다. 회자가 되니까. 양평을 인터넷에 치면 강도 사건이 나오니까 그런 프레임이 좋은 게 아니니까 제목을 달리하고 싶던 고민이 깊지 않아 있었다.
Q. 촬영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있을까.
A. 강릉경찰서에 기획안을 들고 처음 간 날 형사과장님 방문울 두드리고 기획안을 들고 갔는데 유심히 째려보시더라. ‘이 사람을 어디서 봤지? 긴가민가했다. 그런데 ‘누구지? 생각한 게 티가 났나보더라. ‘나한테 조사 받았잖아 하더라. ‘궁금한 이야기 Y를 할 때 13년 전 쯤에 원주에서 장목사라고 장애인분들 시설에 감금하는 사건이 있었다. 취재를 하다가 어린 시절 하면 안되는 행동을 했다. 그 사람들을 구출한다고 담을 타고 갔다가 검거된 적이 있다. 그때 강력 팀장님께 조사를 받았는데, 승진해서 강릉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오신 거다. 그래서 ‘사고 안칠거지?하고 말하면서 같이 제작을 하게 됐다.
Q. 살인사건 등 다양한 범죄를 다루는데,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악스러웠던 사건도 등장하는데 더 있었을 것 같다.
A. 그런 사건이 또 있다. 있는데 우리가 안 내보내는 거다. 왜냐하면 우리는 살인사건. 참혹한 현장에 어떤 사건으로 이 국가수사본부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다양한 사건의 유형을 이야기하는 게 어떤 분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데, 살인사건 같은 것은 하나만 해도 되는 것 같다. 다양한 유형의 범죄들을 보여드리고 거기에 모방범죄 우려, 비판도 있지만, 피해 예방이라는 순기능도 있다. 공익적인 목적도 있다. 그쪽에서 요청한 것도 보이스피싱, 마약 등 밀착형 범죄를 한 회차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여러 유형의 범죄를 해결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다. 우리의 방침은 해결하는 경찰관들의 고민, 그 사건을 대결하는 경찰관들의 마음, 생각들이다. 방점이 달랐던 콘텐츠 같다.
Q. 앞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고, 자극적인 소재로 화제였다. 같은 시기 공개되는 만큼 ‘국수본도 자극성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A. ‘나는 신이다랑 비등하게 비교해주셔서 감사하다. ‘국수본이 많이 묻혔다. 같은 날 개봉했다. 나도 그날 ‘나는 신이다를 봤다. OTT라서 그 규제가 헐거워서 선정적이라는 프레임이 나온 것 같다. 우리의 고민도 같은 적용을 받는 OTT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과거 ‘궁금한 이야기 Y나 ‘그알을 제작한 사람들이 ‘국수본 팀에 모여있다. 이 사람들이랑 회의를 할 때 우리 제작진들의 시간이 많은 만큼 회의도 많았다. 영상 하나가 확보됐다. 쓰고 싶을 것 아니냐. 그 다음은 어떻게 쓸까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냥 내도 된다. 규제가 헐거우니까. 그런데 기존의 관습대로 생각하면, ‘그알은 모자이크를 해서 망자에 대한 예의와 유가족들의 아픔 등에 코멘트를 해서 내는데, 이번엔 다른 방식을 고민해보자는 논의가 있었다. 사실 ‘국수본 1, 2화를 보면 사건 현장을 훑는 카메라에 빨강색이 없다. 거기는 피가 낭자한 현장인데 의도적으로 채도를 조절해서 뺀 거다. 모자이크도 쳐봤고, 커튼도 빼봤고, 여러 가지 화면 처리를 하다가 화면을 색보정을 통해서 현장감은 전달해주되 잔인함이나 선정적인 거를 빼보자고 했다. 이어지는 화면은 사체의 사진인데 그 사진을 맥락없이 사진만 보면 무슨 사진인지 모를 거다. 우리의 잔상과 상상으로 본 거다. 사람들이 잔인하다 느끼는 리액션을 보고, 화면 처리를 잔인하게 하지 않아도 잔인하게 느끼는구나 했다. 화면을 다시 보면 ‘이게 뭐야? 할 거다. 그 회차에 강아지 사체가 나온 거는 알고 있나. 화면 처리를 그렇게 해서 모른 거다. 우리는 뭔가 죽었구나 하고 시그널을 준 거다. 자극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장치들이었다. 시간이 있어서 그런 고민을 했다. 제작진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았다.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한 거다. OTT라고 해서 더 자극적으로 만들지 말자고.
Q. ‘국수본에 대해 15년 만에 잘 만든 작품이라는 말을 했다. 그 이유는?
A. 늘 시간에 쫓겨서 사람이 느린 편이라 마무리하지 못하고 미완의 형식으로 내보내서 아쉬워하고 그랬다.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스토리에 결말을 봤다. 그리고 나서 사법적인 판결이 나고 내는 점도 있고, 교양 장르가 기동성이 중요해서 가벼운 장비와 세팅으로 다니고, 조연출-연출로 짝을 지어서 다니는데, 이번에는 영화를 촬영하는 시네마 카메라와 장비를 사용했다. 이번에는 이 기사를 보시는 분들이 ‘국수본을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봤다면 TV를 다시 보기를 권장한다. 사실 우리 콘텐츠가 극장에서도 볼 수 있는 4K로 촬영했다. 소스가 다르다. TV 콘텐츠로 제공하는 게 달라서 4K로 즐기기를 현장에서 보는 생생함을 즐길 수 있다.
Q. 재출연 의사를 밝힌 형사도 있다고 했다. 시즌2도 가능할까.
A. 그 사이에 또 우리도 혹시 다음 시즌을 하게 되면 나오고 싶다고 건너건너 연락하는 분들도 계시고, 왜 우리한테 안왔냐고 하는 분들도 계신다. 왜냐하면 경찰관들이 이런 조명을 받아본 적이 없는 조직이지 않나. 잘해도 본전인 그런 조직이다 보니까. 낯설어 하면서 동시에 경찰관분들한테 독려가 된다면 절반은 성공한 거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