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4억 너무 비싸" 미분양 폭탄 맞은 LH아파트, '3배' 이상 올랐다
입력 2023-03-19 09:48  | 수정 2023-03-19 10:02
월든힐스/사진=네이버 부동산
2010년 높은 분양가로 '참패'
2023년 43억 원에 팔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일대에 지은 한 LH 아파트가 14억이라는 높은 분양가로 공급 당시 '미분양 폭탄'을 맞았지만 최근 43억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임대주택 뿐만 아니라 분양주택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대주택의 경우 주변 아파트 임대료 시세보다 60~80% 정도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분양주택 역시 민간아파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거 LH가 14억 원의 분양가에 공급한 아파트가 있습니다. 2010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분양한 ‘월든힐스입니다. 당시에 분양가 14억 원이면 웬만한 서울 아파트 가격보다 비싼 초고가 아파트였습니다.

‘월든힐스는 LH가 사업비 3396억 원을 투입해 청계산 자락에 지은 타운하우스입니다. 총 3개 단지로 구성되어 1단지 98가구, 2단지 100가구, 3단지 102가구입니다. 세 곳을 합해 총 300가구 규모입니다. 주택형은 전용 109~231㎡ 중대형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당시 분양가는 7억 2620만~14억 3440만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월든힐스 위치/사진=네이버 지도

LH는 ‘월든힐스 각 단지 별로 다른 설계자를 고용했는데 한 명당 설계비로 평균 9억 원을 지불했습니다. 고급 타운하우스인 만큼 설계와 디자인을 차별화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렇게 공을 들였지만, 정작 ‘월든힐스 분양 성적은 ‘참패 수준이었습니다. 이 아파트를 처음으로 분양한 2010년, 부동산 시장이 나빠 대거 미분양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2단지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총 100가구 중 94가구가 미분양이었을 정도입니다. 이 단지를 설계한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단지 내 입주민들 간 소통을 이끌어내겠다며 각 가구를 이루는 사방 벽을 유리로 마감하는 바람에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LH가 ‘월든힐스 타운하우스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바람에 미분양이 터져 엄청난 손실만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 "서민 주거를 책임지는 LH가 상류층을 겨냥한 고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기관 본연의 역할과 어긋난다"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LH는 "2006년 사업 계획을 확정할 때만 해도 228억 원의 수익을 기대했지만, 주택 분양 시장이 침체하면서 분양가를 선정한 2010년에는 되레 215억 원 손실로 예측이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LH는 첫 분양한 지 무려 5년 만인 2014년에서야 ‘월든힐스 미분양 물량을 전부 털어냈습니다. 그러나 분양 13년이 지난 현재, 이 아파트 집값은 껑충 뛰었습니다.

부동산 미디어 플랫폼 땅집고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조회한 결과, ‘월든힐스의 가장 최근 거래는 올해 2월 1단지 전용 180㎡(63평) 1층이 43억 원에 팔렸습니다. 이는 ▲2010년 14억 4110만 원 ▲2013년 19억 원 ▲2014년 24억 4000만 원에 거래되다가 올해 43억 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것입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자금 여유 있는 분들이라면 집값 신경 안 쓰고 실거주 목적으로 살기 좋다”, 대중교통은 좀 불편하지만, 테라스 형식의 특이한 구조가 아주 매력적이다. 이 곳을 개인 정원으로 쓰거나 바베큐 파티를 하면서 삶의 질이 매우 높아졌다”, 한적한 부촌 느낌이 나고, 단지 앞뒤로 청계산이 보여 뷰가 아주 끝내준다”는 등 입주자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hj4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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