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앞에서 욕하지 말아달라"는 며느리 호소에 범행
재판부 "며느리가 처벌 원하지 않아서 집행유예 선고"
재판부 "며느리가 처벌 원하지 않아서 집행유예 선고"
네 살배기 손녀와 며느리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한 6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오늘(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8단독 이영숙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63)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보호관찰 3년과 피해자의 사전 승낙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말 것을 함께 명령했습니다.
A 씨는 지나 1월 28일 대구 북구의 한 빌라에서 2리터 페트병에 든 휘발유 일부를 자신의 몸에 붓고 며느리와 4살 난 손녀에게도 뿌린 뒤 불을 지를 것처럼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범행 당일 A 씨는 며느리와 손녀 앞에서 욕설을 하며 냄비를 바닥에 집어 던졌는데, 겁에 질린 손녀가 울음을 터뜨리자 며느리는 "아버님, 아이 앞에서 욕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A 씨는 며느리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집 근처에 있던 휘발유를 챙겨왔습니다.
이후 A 씨는 자신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는 손녀에게 "이제 다시는 볼일 없다"면서 손녀의 얼굴과 몸에 휘발유를 끼얹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말리려는 며느리에게도 휘발유를 뿌린 뒤 "같이 죽자"면서 불을 붙이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며느리가 자신을 밀치면서 현관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자 양손으로 목을 조르기도 했습니다.
A 씨는 과거 자신의 아내에게도 가정폭력을 저질러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A 씨가 또다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건 며느리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정말로 큰마음으로 남편의 아버지이기에, 자녀의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용서한다고 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피해자 마음에 남아 있는 상처가 쉽게 아물 것 같지는 않으니 아예 만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남편에게도 "중간에서 힘들더라도 피해자는 자신의 아내라는 점을 계속 명심해야 하며, 아내에게 시아버지에 대한 부담을 주면 안된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