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카오, SM '꽉 잡아야' 했던 속사정…나스닥 '넥스트 레벨' 갈까
입력 2023-03-15 16:12  | 수정 2023-03-15 16:16
SM 인수전 타결/ 사진 = 연합뉴스
카카오엔터, 더 미뤄지면 상장 위험 판단…김범수 직접 독려 나서
나스닥 상장 위해서는…글로벌 인지도 갖춘 SM 필수

증권업계는 14일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이 한층 가까워졌다고 내다봤습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카카오엔터의 순이익 규모 대비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해선 SM이나 그에 준하는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기획사를 꼭 인수해야 했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카카오엔터가 기업공개(IPO)에 한발 다가섰다고 평가했습니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SM의 올해 예상 매출액 9천836억원·영업이익 1천600억원을 연결 재무제표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반영할 때 재무적인 기여도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이브를 이겨내고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승리한 카카오가 감수해야했던 건 금전적 비용만이 아니었습니다.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 계약을 둘러싼 법적 논란, 하이브와의 공개매수 전쟁과 여론전으로 인한 온갖 잡음으로 평판 리스크까지 짊어지게 됐습니다.


게다가 재계 15위 그룹이 금감원으로부터 '시세조종' 혐의의 타깃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문어발 확장, 골목상권 침해, 상장 먹튀 논란 등으로 집중 포화를 맞았던 카카오로선 쉽지 않은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그럼에도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전면전을 택했습니다. SM엔터 인수가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엔터의 존폐를 결정지을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핵심 고리는 카카오엔터의 미국 나스닥 상장입니다. 국내에 갇혀있는 카카오 플랫폼을 글로벌로 확장시킨다는 새로운 장르의 발전입니다.

카카오엔터가 2018년부터 숨가쁘게 인수한 다수의 연예기획사·영화제작사 등 핵심 계열사들의 핵심 자원들이 올해부터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카카오가 SM엔터 인수와 나스닥 상장에 올인한 배경으로 꼽힙니다. 카카오엔터는 각 자회사들의 인력들에게 회사 상장을 통한 '잭팟'을 약속하고 M&A를 단행해왔습니다.

인수 이후 4~5년간은 해당 인력들이 신규 회사를 차릴 수 없는 '경업금지'가 적용되지만, 이 기간이 끝나면 새로 회사를 차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올해 IPO에 실패하면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2018년 인수한 배우 이병헌의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 공유·전도연·남주혁 소속의 매니지먼트 숲, 이보영 소속의 제이와이드컴퍼니 등이 대표적입니다. 2019년 합류 후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을 제작한 영화사 월광과 영화 '헌트'를 제작한 사나이픽처스 등도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가 각종 잡음에도 SM엔터 인수를 강행한 데는 지난 1월 싱가포르투자청(GIC),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 등에서 1조1600억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카카오엔터의 상장(IPO)을 통해 수년 내 투자금 회수를 약속한 점이 반영됐습니다. 카카오에 정통한 관계자는 "계약서에 상장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상장하지 않으면 회사에 부담이 커지는 방식으로 우회한 조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카카오엔터의 2대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2016년 카카오페이지의 전신인 포도트리에 1250억원을 투자할 땐 어떠한 조항도 두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달랐습니다. 투자자에 주도권이 넘어간 셈이었습니다. 유일한 캐시카우인 음원서비스 '멜론'을 제외한 컨텐츠 사업에서 적자가 누적된 데다 수차례 단행한 M&A로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투자자 측에 더 큰 양보를 제공해야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카카오엔터 입장에선 '배수의 진'을 친 모양새입니다. 카카오엔터는 2020년부터 NH투자증권, KB증권, 모건스탠리,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주요 IB 및 증권사를 자문사를 선정해 국내외 상장 절차를 준비해왔습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2021년 주요 외신에 '20조원' 몸값으로 미국 뉴욕 상장을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내 다른 계열사들이 잇따라 상장에 나서며 순서가 밀린 데다가 금리 인상으로 상장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며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한 때 20조원까지 평가되던 기업가치는 GIC와 PIF 투자유치 과정에서 10조원까지 급락했습니다.

카카오가 중복 상장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데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으려면 국내보단 해외 상장에 무게가 실리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3년새 플랫폼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달라진 요인도 있습니다.
유동성 장세가 끝나며 한 때 각광받던 웹툰·웹소설 등 컨텐츠 기업에 부여된 밸류에이션은 급락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또 다른 성장 스토리를 써야하는 게 카카오엔터의 과제였습니다.

이때 카카오엔터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K팝을 기반으로 한 지적재산권(IP)에 주목했습니다. 소속 아티스트들이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아온 SM엔터는 카카오엔터에 최적의 매물이자 상장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꼽혔습니다.

이번 거래는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직접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센터장은 국내에 편중한 카카오의 사업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계열사로 카카오엔터를 낙점해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 스스로 '글로벌 기업인'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라도 SM엔터 인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셈입니다.

카카오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배재현 CIO는 전략가라기보다 실행력에 강점이 있는 '돌격대장' 스타일" 이라며 "이번 딜은 김 센터장이 어떤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강행하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