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했다"…사망 사흘 전 남긴 댓글 재조명
캐릭터 대행사에 "촌 동네 양아치도 이들보단 낫지 않을까"
캐릭터 대행사에 "촌 동네 양아치도 이들보단 낫지 않을까"
'검정 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생전에 그가 괴로움을 호소했던 저작권 분쟁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12일 인천 강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1일 오후 7시께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자택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현장에서 이 작가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족들은 "최근까지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작가를 괴롭힌 저작권 소송은 그의 대표작 '검정 고무신'을 놓고 한 캐릭터 대행사와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우영 작가가 사망 나흘 전 남긴 댓글/ 사진 = 유튜브 갈무리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작가가 4일 전 유튜브에 남긴 댓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한 누리꾼이 "XX 치킨 브랜드에 작가님 그림이 있던데, 이것도 대행사에서 상표권을 판 건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 작가는 "네. 치킨 브랜드 담당자분에게 문의하니 검정 고무신 캐릭터 대행 회사인 형설출판사 측에서 아무 문제 없다고, 캐릭터 계약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시 책임지겠다고 해서 계약했다고 하더라"라며 황당해했습니다.
이어 "원작자를 피고인으로 만들어 재판을 걸어놓고, 막무가내로 캐릭터 사업을 하면서 아무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니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촌 동네 양아치도 이들보단 낫지 않을까 싶다"고 캐릭터 대행사를 비난했습니다.
'검정 고무신'은 1960년 서울, 초등학생 기영이와 중학생 기철이, 그리고 그 가족들이 사는 모습을 코믹한 모습으로 그려낸 만화입니다. KBS에서 애니메이션이 방영돼 인기를 끌었고, 지난 2020년 11월 극장판까지 나왔습니다.
앞서 이 작가는 '검정 고무신'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형설 측과 사업권 계약을 맺었지만, 저작권 및 수익 배분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였습니다.
'검정고무신' 극장판 포스터/ 사진 = '검정고무신' 극장판 포스터
지난해에는 애니메이션 '극장판 검정 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개봉을 앞두고 형설 측이 이 작가 본인의 허락 없이 2차 저작물을 만들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형설 측은 "원작자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우영 작가의 말은 허위 주장"이라며 "원작자의 사업권 계약에 따라 파생 저작물 및 그에 따른 모든 2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동시에 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 사업 권리는 애니메이션 투자 조합에 있으며, 제작 당시 이 작가는 원작 사용만 동의하고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우영 작가가 남긴 댓글/ 사진 = 유튜브 갈무리
이전에도 이 작가는 재차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유튜브 댓글을 통해 "극장판에 아쉬움이 많으실 거다. 애초에 극장용으로 만들 예정이 아닌 TV 판 시리즈에서 탈락한 에피소드들을 짜깁기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라며 "원작자인 제게 허락도 구하지 않고 만들었고, 얼마 되지 않는 원작료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현재 저는 캐릭터 대행 회사로부터 자신들 허락 없이 검정 고무신 캐릭터를 등장시킨 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피소돼 4년째 소송 진행 중"이라며 "원작자가 왜 캐릭터 대행 회사 허락을 얻어서 만화를 그려야 하는지, 왜 피고인으로 재판받아야 하는지 어리둥절하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에 당시 '검정 고무신' 극장판 유통과 OTT 플랫폼 판매를 담당한 KT하이텔 측은 "2020년 개봉 당시에도 작가님이 항의한 거로 알고 있는데, 제작사와 얘기했을 때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고, 캐릭터 대행사 역시 "계약서상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이 작가의 빈소는 인천 강화군 비에스종합병원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됐습니다. 발인은 14일 오전이며 장지는 인천가족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