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정지 인용률 높아...4번 중 1번 인용
민주당 박용진 의원,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대표 발의
"인력보강 및 별도 학폭 전문 기관 지정 먼저"
민주당 박용진 의원,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대표 발의
"인력보강 및 별도 학폭 전문 기관 지정 먼저"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태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현안 질의를 계기로, 학폭 조치에 불복하거나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삭제하기 위해 사안 처리를 늦추는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학교 측이 집행정지 인용을 이유로 가해자를 전학 보내지 않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보는 상황이 빚어지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2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 변호사의 아들 정군은 2018년 6월 강원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학폭위)가 전학을 처분한 지 약 8개월이 지난 2019년 2월, 민족사관고(민사고)에서 서울 반포고로 전학을 갔습니다. 정군 측은 행정소송 3심까지 포함해 징계 절차의 이행을 멈춰 달라며 총 4차례의 집행정지와 1차례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단 1차례만 인용됐지만 결과적으로 강제 전학을 8개월 늦출 수 있었습니다.
학폭 가해자 측이 징계 조치에 불복해 내는 집행정지는 최근 인용률이 꽤 높아 제도의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불복절차 관련 학교폭력 집행정지 신청 건수 및 인용 건수'를 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가해자가 낸 집행정지 1,405건 중 57.9%인 813건이 인용됐습니다. 이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모두 합한 수치입니다.
민사고 측은 정군의 전학 조치에 대해 "집행정지가 인용된 상태에서 행정소송 1심 결과만을 받은 상태로 전학 조치를 이행하지 못하고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피해 학생과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 학생이 더욱 힘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례적으로 정군의 사례가 소송이 빨리 끝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활동한 학폭 전문가 한아름 변호사는 "정군 사건은 1심이 2개월 만에 끝났지만, 요즘은 1심만 1년 걸린다"면서 "첫 재판이 4개월 안에 열리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서도 인력 풀(상시 지원자 명단)이 너무 적어 사건을 다 소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9일 대표 발의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입니다. 가해자와 보호자가 시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과 집행정지를 제기하면, 위원회는 심리 과정에서 반드시 피해자와 보호자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아울러, 소송을 통한 '시간 끌기'를 막기 위해 재판 기간 강행규정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에 대한 재판을 1심은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 2심과 3심은 전(前)심 선고 이후 3개월 내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폭 소송이 많이 늘어나 심리에만 1년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서 이 주장이 현실적이지는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원이 쉽게 동의해 줄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가해자도 미성년자이니만큼 속도를 내면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속도보다 한 쪽 의견만 듣고 재판이 이뤄지는 맹점을 고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소송이나 행정심판으로 처리가 늦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력을 보강하거나, 별도의 학폭 전문 기관을 지정해 업무를 도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한아름 변호사는 "사건을 쳐내기에 급급한데 피해자를 불러 집행정지를 할지 말지를 물어본다, 이거 안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학폭을 맡는 별도의 기관을 만들어 관리하거나 학교안전공제회에 업무를 넘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