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집값 추가 하락…부진 심화땐 금융시스템도 불안"

한국은행 3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고금리·가격하락 기대로 추가 하락세 예상"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 위험, 미연에 방지해야"

한국은행이 올해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한은은 오늘(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 기대심리의 높은 지속성을 고려할 때 향후 하락 기대 심리가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은 먼저 2020년 이후 집값이 경제 여건과는 괴리된 상태로 큰 폭 상승하면서 조정 압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저금리 기조 하에서 가격 상승 기대가 확산되고 수요 대비 공급이 제한됐던 점 등이 그간 주택 가격 상승에 상당 부분 기인했는데, 높아진 금리 수준과 주택 가격 하락 기대감 등을 고려했을 때 올해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입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매매·전세 가격 동반 하락도 집값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통상적으로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상반된 가격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이자 부담 등으로 전세 시장이 위축되면서 전세가율의 하향 추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은은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 주택 물량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임대인들이 매도에 나설 경우 주택 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고 매매 가격이 기존 임대차 계약의 임대 보증금보다 낮아질 경우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또한 향후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화될 경우 금융시스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분양시장 경기가 둔화되면서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건설자 재무 여건과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높은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입니다.

한은은 "분양시장 여건을 보면, 사업초기 사업장은 ▲고금리 부담 ▲원자재값 상승 ▲금융기관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취급 기피 등으로 일부 사업의 지연 및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완공되지 않은 사업장도 미분양 재고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중소 건설업체의 고정이하여신 비율과 상장 종합건설사 주가에 내제된 예상부도확률이 상승하면서 건설업체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은 고위험 PF 사업장이 부실화하면 신용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은행 금융기관의 PF대출 연체율은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0.38%에서 지난해 9월 0.77%까지 상승했습니다.

한은은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확산과 이에 따른 금융불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계 부문을 조기에 식별하고 정리를 유도하여 거래상대방 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부동산 PF 금융은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관련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