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통기한 지난 '골칫덩이' 과자가 곤충을 만나니…
입력 2023-03-09 09:34  | 수정 2023-03-09 09:50
갈색거저리 유충(밀웜) 사육 장치. [출처=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가루로 분쇄해 갈색거저리 애벌레인 밀웜 사료로 사용
단백질·오일 추출·분변은 버섯 재배 비료…환경도 살리는 '일석3조'

편의점 업체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참으로 골칫덩이일 겁니다. 기한이 지났는지 확인하는 것도 일인데, 처리하는 건 더 큰일이니까요. 분류한 뒤 차량을 이용해 소각시설로 보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깝기도 합니다.

그런데 CU는 유통기한이 지난 많은 과자 중 일부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있는 한 스마트팩토리에 보낸다고 합니다. 어떤 곳이냐고요? 바로 ‘식용곤충 자동화 스마트팜을 구축한 케일(KEIL)이라는 농업회사법인입니다. 이곳에서는 갈색거저리 애벌레인 밀웜을 대량 사육하고 있는데, 이 밀웜이 CU의 고민을 덜어준 ‘고마운 곤충입니다. 과자를 잘게 분쇄해 밀웜의 먹이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밀웜 사육을 손품이 거의 들지 않게 자동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사육장엔 6m 높이의 거대한 노란색 철제 선반에 수십개의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있는데, 밀웜이 자라는 곳입니다. 사육상자마다 최대 1.2만 마리의 밀웜이 자라고 있는데, 과자를 갈아 만든 배합사료와 수분젤리를 공급해주면서 80일간 키웁니다. 다 자란 밀웜은 세척 후 고온 건조 과정을 거쳐 추출 작업에 들어가게 되고요. 일부는 성충인 갈색거저리로 키워 알을 낳게 해 다시 밀웜으로 키우게 되는데, 이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대치형 먹이공급 장치. [출처=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이렇게 키워진 밀웜에서는 먼저 단백질과 오일을 추출합니다. 단백질은 건빵과 같은 스낵이나 환자식의 원재료가 되고, 반려동물 사료나 간식, 축산 사료 등으로도 쓰이는데요. 저온에서 압착한 오일은 화장품이나 의약품 소재로 활용됩니다. 밀웜 사육 과정에서 발생한 분변은 버섯 재배 시에 비료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돼야 할 과자가 밀웜을 만나 놀라운 변신을 하는 겁니다.

그럼 유통기한이 지난 조리 식품은 어떤 곤충이 먹을까요? 음식물쓰레기는 동애등에라는 곤충의 유충의 먹이가 되는데, 이렇게 키운 유충은 사료로 쓰이고 유충이 배설한 분변은 퇴비로 사용됩니다. 골칫덩이 음식물쓰레기 잘 처리하고, 사료로 쓰고, 퇴비로 쓰고 일석삼조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곤충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1.1조 원 수준으로, 2024년 약 2.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2020년 판매액 414억 원, 2021년 446억 원으로 세계 시장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밀웜에 이어 동애등애까지, 다음에는 어떤 곤충이 또 우리를 흥미롭게 할지 궁금합니다.
출하를 앞둔 갈색거저리 유충(밀웜). [출처=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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