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변에 불과 3m 남기고 목숨 잃어"…伊 해안 난민선 침몰
입력 2023-02-28 11:11  | 수정 2023-02-28 11:25
난민 선박 잔해/사진=연합뉴스
남부 칼라브리아 바닷가에 난민선 난파…어린이 포함 시신 수십구 널려

현지시각으로 26일 오전 5시 30분께 파도에 배가 난파했다는 연락을 받고 해변으로 달려간 이탈리아 어부 빈첸초 루치아노는 처참한 광경에 할말을 잃었습니다.

휴양지로 유명한 남부 칼라브리아주(州)의 작은 마을 스테카토 디 쿠트로 해변 사방에 시신이 널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초 목격자 중 한 명인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휴대전화 불빛으로 아직 바다에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다녔다"면서 "이런 기억을 빨리 잊어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통스러운 심경을 밝혔습니다.

바위에 부딪혀 난파한 선박은 사흘 전 튀르키예 서부 항구도시 이즈미르에서 유럽으로 가려는 중동과 남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을 태우고 출발한 20m 길이의 목선이었습니다.


사고 전날 밤 유럽연합(EU) 국경경비 기관인 유럽국경·해안경비청(Frontex·프론텍스)은 해당 선박이 이탈리아 해변에 약 75㎞ 거리까지 접근한 것을 파악하고 순시선을 보냈으나, 악천후 때문에 중도 귀환한 바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2013년 람페두사섬 앞바다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368명이 목숨을 잃은 이후 이탈리아 해변에서 벌어진 최악의 난민선 관련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이는데, 생존자들을 치료 중인 의사 오를란도 아모데오는 "30년 간 이민자를 대해 왔지만, 이번 같은 일을 본 건 처음"이라면서 "이들은 바다로 1천78㎞를 건너와서는 해변에서 3m를 남기고 목숨을 잃었다. 이미 불행을 겪던 이들에게 또 다른 비극이 닥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63명이고, 이 가운데 10명이 어린이였습니다.

해변까지 헤엄쳐 살아남은 80명 중에서도 20명가량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이 위독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서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1023ashl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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