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프랑스서 4K '괴물' 재개봉하는 봉준호…"'왜 저렇게 했지?' 후회 있다"
입력 2023-02-27 15:27  | 수정 2023-02-27 15:48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봉준호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 사진 = 연합뉴스
"큰 화면으로 볼때 진정한 시네마 체험…넷플릭스, 점점 유연해졌으면"
'괴물' 4K 리마스터링 버전, 프랑스에서 다음 달 8일 재개봉

"영화는 큰 화면으로 봤을 때, 이곳 같은 극장에서 봤을 때 진정한 시네마의 체험이에요. 그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죠. 그래도 '옥자' 이후에 넷플릭스가 많이 유연해져서 일부 영화들은 스트리밍 전에 익스클루시브하게 4주, 6주 정도 극장 개봉하는 경우도 생기고…. 점점 유연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 2006년 개봉한 영화 '괴물'의 4K 리마스터링 버전을 들고 프랑스를 찾은 봉준호 감독은 26일(현지시간) 파리 르그랑렉스 영화관에서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진행한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봉 감독은 넷플릭스가 투자·배급한 영화 '옥자'로 지난 2017년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극장협회가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하지 않은 작품을 초청해서는 안 된다며 항의했고, 주최 측은 이듬해부터 프랑스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영화들만 경쟁 부문에 초청하기로 규정을 변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날 1시간 동안 이어진 대담에서 프레모 위원장이 '옥자' 이야기를 꺼내 들자 봉 감독은" 5∼6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이 얘기 시작하면 형님이랑 나랑 또 밤을 새워야 한다"며 웃었습니다.

이어 "넷플릭스가 극장 관련 이슈 때문에 여러 스캔들이 많이 있었고, 복잡한 일도 많이 있었지만, 덕분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고마운 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봉 감독은 대담에 앞서 2천7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관람한 영화 '괴물'을 만들 때도 괴물을 등장시킬 때마다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 효과 등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야 했다며 "한국 영화 업계 입장에서는 예산이 무척 큰 영화지만, 몬스터 장르를 기준으로 보면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큰 제작비를 들여야 한다고?' 하면서 부담스러워하고, 동시에 그 예산을 갖고 미국이나 호주에 있는 비주얼 이펙트 회사에 찾아가면 '이렇게 적은 돈으론 할 수 없다'고 하는 독특한 상황이었죠. 결국 다 조절해 괴물을 115개 장면에만 등장시켰죠. 부족한 예산이 주는 압박은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극복하려고 했죠."

프랑스 파리를 찾은 봉준호 감독/ 사진 = 연합뉴스

그는 '괴물'에 대해 "가뜩이나 힘이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 국가,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도움을 못 받는다는 점이 영화를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괴물 영화이면서, 가족 이야기면서 동시에 정치적인 풍자로 확장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봉 감독은 "정치, 경제, 사회를 보는 확고한 사회과학자의 시선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사회를 봐도 잘 모르는 그 점을 오히려 스스로 활용하려고 한다"며 "모르면 두렵고 불안한데, 불안과 공포가 제가 자신 있는 감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상영한 영화 '괴물'의 마지막 20분을 영화관 뒷자리에서 몰래 지켜봤다는 봉 감독은 대형 스크린에서 선명하고 생생한 화질로 '괴물'을 다시 본 소감으로 "몇 달 전에 만든 것 같기도 하고 감정이 복잡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손을 떠난) 영화를 보는 것은 괴롭죠. 이렇게 해야 했는데, 왜 저렇게 했지, 하는 후회들이 많아요. 아까도 편집을 다시 하고 싶은 부분이 조금 있더라고요. 어… 그래선 안 되겠죠? 그게 어디인지는 비밀입니다."(웃음)

봉 감독은 '괴물' 고화질 버전은 "한국에서도 재개봉한 적이 없고 프랑스에서 최초로 한다"며 "역시 프랑스는 시네필의 왕국"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봉 감독의 '괴물' 4K 리마스터링 버전은 프랑스에서 다음 달 8일 재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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