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해상에 설치된 가두리 양식장에서 물고기 123만 마리가 집단 폐사해 해양수산수부 등 관계기관이 원인 파악에 나섰습니다.
"양식한 지 35년 만에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얼어 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26일 전남 여수시 남면 화태도 묘두선착장 앞 가두리 양식장에서 만난 박천수(65) 씨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한숨만 토해냈습니다.
깊은 바다 밑에서 그물을 건지자 자식 같은 참돔 수십마리가 얼어 죽은 채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떠올랐습니다.
26일 여수시에 따르면 지역 해상의 가두리 양식장 20어가에서 물고기 집단 폐사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습니다.
폐사한 물고기는 참돔, 감성돔, 참조기, 부세 등이며 이날 현재까지 123만마리, 41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여수시는 지난 한파 때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면서 물고기가 서서히 죽은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현재 여수지역 바닷가 온도는 7도에서 9도로 측정되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수온이 4도까지 도달해 여수 연안인 여자만, 가막만에 저수온 경보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최양호 남해수산연구소 박사는 돔 종류는 생존이 힘들어지는 ‘한계 수온이 5~7도라 그 이하로 수온이 내려가면 폐사한다”며 반면 숭어는 0도, 넙치는 4도 등으로 한계 수온이 더 낮아 저수온에도 잘 견딘다”고 말했습니다.
최 박사는 바다 수온은 육지와 달리 2월 중순이 가장 낮고, 이후 점점 올라간다”며 5도 이하의 저수온 상태에선 물고기의 소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먹이를 적게 주거나, 조기 출하를 통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수시와 남해수산연구소 등은 지난 22일 폐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조사에 나섰습니다.
여수시는 정확한 폐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 등에 넘겼습니다. 또 해양수산부도 이날 피해가 접수된 양식장을 찾아 어민과 간담회를 갖고 폐사 원인과 대책 등을 마련했습니다.
여수시 관계자는 "한파 피해를 입은 물고기의 면역력이 약해져 시간이 지나면서 버티지 못하고 집단 폐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두리 양식장 피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평균 수심을 3m 이상을 유지하고 보온덮개·보일러, 비타민제·영양제 공급 등으로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며 "조기 출하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여수에서는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도 저수온으로 인해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해 각각 11억8000만원, 36억1700만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