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생일·이름 같은 사람이?'…동일 SSN 발급한 美 실수에 한국인 2명 '곤욕'

미국에 사는 한국 여성 2명이 미 연방정부의 실수로 같은 사회보장번호(SSN)를 발급받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는 사실상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격으로,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개설 등 경제생활에 필요한 개인 식별 번호입니다.

그동안 이들은 은행 계좌가 폐쇄되고 신원 도용 의심까지 당하는 불이익을 5년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NBC 뉴스를 통해 23일(현지시간) 이 사실이 알려지며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A씨와 시카고 외곽에 사는 B씨는 2018년 6월과 7월에 미 사회보장국(SSA)으로부터 사회보장카드를 각각 발급받았습니다.

문제는 두 사람의 SSN이 같았다는 점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성과 이름이 같았고, 한국에서 태어난 장소는 달랐지만 생년월일도 똑같았습니다.

이후 두 사람의 은행 계좌가 폐쇄되고 신용카드가 차단됐습니다.

다른 사람의 신원을 도용했다는 의심까지 받는 상황까지 내몰렸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두 사람은 최근에서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지난 4일 A씨가 자신의 신용카드가 취소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LA에 있는 거래 은행을 찾았을 때 B씨 휴대전화 번호가 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SSN을 사용하는 누군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연락을 바란다는 내용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곤란한 상황이 최근 NBC 뉴스를 통해 알려지자, 당국은 그제야 SSA는 A씨에 대한 SSN은 그대로 유지하고 B씨에겐 새로운 SSN을 발급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B씨는 SSA 측으로부터 새 번호가 적힌 사회보장카드를 우편으로 보냈다는 전화와 함께 사과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문제가 해결됐다는 말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SSA가 공식적으로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A씨는 SSA 측으로부터 사과받진 못했지만, 더는 B씨와 SSN을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는 문제가 해결돼 기쁘고 안도가 된다고 했지만, "SSA의 실수 탓에 국세청 관련 문제를 포함해 너무나 많은 문제를 처리해야 해 전혀 행복하지 않다"면서 영주권 신청 절차를 다시 밟겠다고 했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andeul03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