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2심 모두 회사 측 손 들어줬지만
대법 "묵시적 해고로 봐야"
대법 "묵시적 해고로 봐야"
"사표 써"라는 직장 상사에 말에 직원이 출근하지 않았고, 회사가 이를 방치했다면 '일방적 해고'가 맞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버스 기사 A씨가 자신이 부당해고를 당한 것을 인정해달라고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씨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지난 2020년 입사한 A씨는 출퇴근 전세버스 운행을 맡게 됐습니다. 하지만 업무를 두 차례 무단으로 빼 먹었고, 관리팀장은 A씨에게 "사표 쓰라"는 말을 7번 반복합니다. A씨는 "해고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관리팀장은 "그렇다"고 답합니다. 이후 A씨는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처음 3개월 동안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A씨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자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정상 근무를 독촉했습니다. A씨는 부당해고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1심과 2심 법원은 관리팀장에게 해고 권한이 없다는 점, 사표 쓰라는 말은 화를 내다 우발적으로 나온 것 같다는 점 등을 들며 회사 쪽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고는 묵시적 의사 표시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며 "묵시적 의사 표시에 대한 해고가 있었는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해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원고에게 버스 키 반납을 요구하고 회수한 것으로 그로부터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사표 쓰고 나가라'는 말을 반복한 것은 원고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