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악취 항의했다고 집 앞에 죽은 소를"...서산 시골 마을서 벌어진 일
입력 2023-02-19 11:15  | 수정 2023-02-19 14:55
집 앞에 놓인 소의 사체(왼쪽)와 죽은 소를 트랙터가 싣고 나가는 모습(오른쪽). /사진=피해자 제공
한우 축사 사료 배합 발효기 악취 놓고 이웃 간 갈등
피해자 측 "축산법·악취관리법 등에 이러한 현실 반영되길"

충남 서산시의 한 시골 마을에서 이웃 간 사료 배합 발효기 악취 문제를 두고 이웃 간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축사를 운영 중인 이웃이 민원을 제기한 이웃집 앞에 소의 사체를 놓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한우 400여 마리를 사육 중인 A 씨는 정부 보조 지원을 통해 지난 2021년 9월 건물을 신축해 사료 제조 발효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A 씨와 50여 미터 거리에 거주하던 B 씨는 축산 악취로 고통을 겪자 "어떤 건물이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A 씨는 "물건 쌓아두는 창고 건물이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답했고, 해당 건물에는 사료 배합 발효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는 몇 년 뒤 해당 설비를 철거하거나 새벽에 가동하는 등 피해가 가지 않도록 B 씨와 약속했으나, A 씨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B 씨가 A 씨에게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A 씨는 지난달 11일 죽은 소를 1톤 화물차에 실어 B 씨의 집 앞에 가져다 놓았고, 이 장면은 마을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후 B 씨의 자녀들은 고향으로 내려와 A 씨에게 원만한 해결을 요구했지만, A 씨는 "법대로 하라"고 말하고, "소 밥을 못 주게 해 굶어 죽었다. 한 마리가 또 굶어 죽으면 또 가져다 놓겠다"고 말하는 등 B 씨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사각지대 현실 빗겨간 '악취방지법'


A 씨가 건물을 신축한 곳은 농림지역 내 가축사육 제한 구역으로, 축산 관련 시설이 신축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A 씨가 이 지역에 '축산 관련 시설'이 아닌 '농업인 창고'로 건물을 신축하면서, 사료 제조시설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이 지역은 악취 관리구역으로 분류되지 못했습니다.

악취방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동물용 사료 및 조제 식품 제조시설 5제곱미터 이상은 악취배출시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악취방지법 시행규칙. /사진=법제처

A 씨는 건물을 지어 용적 30제곱미터의 조사료 제조 장비를 사용했으나, 악취관리 구역 이외 지역으로 분류돼 현행법과 제도의 관리 밖에 놓였습니다.

B 씨 아들은 "법의 사각지대인 시골에서 농사지으시는 어머님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며 "특히 수백 마리의 대형축사와 인접 100m 이내의 주거지는 현행법과 제도상 악취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어 생활권에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축산법이나 악취관리법 등의 시·도 관련 조례나 관계 법령은 이러한 현실이 꼭 반영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A 씨는 19일 매경닷컴의 확인 요구에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전화하지 말아달라"며 전화 취재를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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