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女, 혼인신고 3주 만에 남편 살해…2심서 감형 이유는?

"불우한 성장환경에도 괜찮은 사회 구성원 되고자 노력"
"피해자에게서 받은 모욕·수치심 고려"

돈 문제로 다투다 흉기를 휘둘러 40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2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습니다.

A씨는 지난해 6월 술에 취해 누워있는 남편 B씨(42)를 흉기로 살해했습니다. 혼인신고한 지 20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A씨는 결혼 전 B씨로부터 고가의 예물, 예금, 자동차, 주택 등을 받기로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불만을 품고 있었고 종종 갈등을 빚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사건 당일 남편 B씨와 다투는 과정에서 B씨가 자기 말을 듣지 않고 무시한다는 생각에 격분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늘(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최수환)는 지난 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과 5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방법이 잔혹한데다 살인 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등 정황도 나쁘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A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였습니다. A씨가 살아온 가정 환경과 범행 동기를 참작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별다른 비행을 저지르지 않고 여러 대회에서 상도 받았다"며 "장애가 있는 동생을 보살피는 등 불우한 환경을 딛고 괜찮은 사회 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했다"고 짚었다.

이어 "사회경험이 부족했던 탓에 B씨의 허황된 제안을 받아들여 혼인신고를 했다"면서 "B씨에게서 받은 모욕, 성적 수치심, 기망 행위에 대한 분노감정을 고려하면 범행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