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멀쩡한 보훈 위탁병원 교체한 수상한 국가보훈처…혈액투석 받으러 50km 가야
입력 2023-02-14 19:00  | 수정 2023-02-14 19:49
【 앵커멘트 】
국가유공자는 아플 때 보훈병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우 차원에서진료 혜택을 주는 건데, 각 시·도에 하나 정도밖에 없다 보니 군 단위 지역에는 위탁병원을 지정해 이용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 이용하던 위탁병원이 하루아침에 특별한 사유도 없이 다른 병원으로 바뀌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투석을 받던 유공자 어르신은 멀리 50km를 오가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무슨 일인지, 정치훈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기자 】
1967년 22살에 베트남 전쟁에 해병대로 참전했던 정귀섭 씨는 올해 78살이 됐습니다.

정정했던 몸도 나이가 들면서 병세가 깊어졌습니다.


일주일에 세 차례 혈액 투석을 받는데, 국가유공자 신분으로 본인 부담금의 90%를 감면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보훈 위탁병원이 바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뀔 병원은 인공신장실이 없어 멀리 50km 떨어진 광주 보훈병원을 이용해야 할 상황입니다.

▶ 인터뷰 : 정귀섭 / 베트남전 참전유공자
- "그냥 말아야죠. 죽어야지. 가까운 데서 다녀야지. 먼 데는 못 가요."

문제는 규모가 더 작은 병원으로 바뀌면서도, 공문조차 없이 달랑 계약 만료 통보만 했다는 겁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뒤늦게 지정병원이 바뀐다는 소식을 들은 보훈단체 회원들은 밀실 행정이라며 탄원서를 내는 등 집단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 인터뷰 : 김영곤 / 상이군경회 영광지회 회원
- "더 좋은 월등한 병원으로 간다면 박수쳐야죠. 세 살 먹은 아이들도 낮은 데로 간다는데 좋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2017년부터 병원을 교체하라는 민원이 빗발치는 등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다시 의견 수렴을 거쳐 공모 절차를 새로 밟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보훈 위탁병원은 지정이 취소되면 공모 자격을 상실해 결국 다른 병원으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보훈회원들은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병원을 바꾸는 데는 이권다툼 때문이라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 인터뷰 : 김의돈 / 상이군경회 영광군지회 전 회장
- "불합리한 '짜고 치는 행정' 같아서 오해가 많이 있고…. 그래서 앞으로 투쟁해서…."

보훈회원들은 처음부터 실태 파악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분란도 없었을 것이라며, 신중하지 못한 판단으로 애꿎은 국가유공자들만 애를 먹게 생겼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MBN 정치훈 기자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조계홍 기자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김상진

#MBN뉴스 #정치훈기자 #영광보훈위탁병원교체문제 #혈액투석국가유공자 #김주하앵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