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는 모두 5곳, 이 중 가장 큰 신도시는 맏형으로 불리는 성남 분당신도시입니다. 수도권 동남부 19.6㎢ 부지에 9만7,580가구, 39만3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개발당시 계획 기준)로 건설됐습니다. 이어 서북부인 고양 일산신도시가 15.7㎢로 두 번째, 부천 중동(5.4㎢), 안양 평촌(5.1㎢), 군포 산본(4.2㎢) 순입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2월 이들 다섯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이 발표됐고, 91년부터 입주에 들어가 순차적으로 30만 가구에 육박하는 주택이 1기신도시라는 이름으로 공급됐습니다. 현행 법령이 규정하는 공동주택 재건축 허용 연한이 30년인 만큼, 1기 신도시 아파트들도 재건축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입니다.
그런데 30만 가구가 한꺼번에 재건축을 추진한다? 전세가격 급등 등 해당 지역에는 그야말로 재앙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파트 등 도시가 노후화되는 것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고…. 체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재정비를 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을 더는 늦출 수 없게 됐습니다.
1기신도시 개요.11
정부는 특별법을 만들어 이를 추진하기로 하고,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확정해 공개했습니다. 먼저, 재건축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특례를 주고,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대폭 완화해주기로 했습니다. 리모델링에서는 세대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수직증축 허용 가구수를 일반 리모델링 단지에 적용되는 15%보다 더 높였습니다. '노후계획도시 재정비'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기로 한 것입니다.
다만, 형평성 논란을 의식한 듯 '특례선물세트'를 받는 대상을 택지조성사업이 완료된지 20년이 넘은 전국의 100만㎡ 이상 택지지구로 확대했습니다. 1기 신도시를 포함해 서울 상계·중계, 수원 영통, 인천 연수, 대전 둔산, 부산 해운대 등 전국 49개 택지가 특별법 대상이 된 겁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인센티브에 해당지역 부동산 시장은 술렁였고, 분당과 평촌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 문의도 증가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재건축엔 인센티브가 없는데 왜 1기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에는 '특혜'를 줘야 하는지 논란도 제기되지만, 사실 이유가 있습니다. 강남권 등 지금까지 주를 이룬 5층 이하 저층 재건축과 달리 1990년대에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중층으로 지어졌습니다. 1기신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용적률 150% 이하는 거의 없고, 200%가 넘는 단지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은 높지 않아 분양을 통한 사업자금 확보는 서울보다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늘어나는 가구수 만큼 기반시설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용적률을 풀어주지 않으면 재건축 자체가 불가능한 겁니다.
자료 : 국토교통부
다만, 파격 인센티브를 믿고 '덜컥' 계약은 금물입니다. 이제 법을 만드는 단계일 뿐 특별정비구역 설정 등 개별신도시 밑그림 제시는 한참 뒤의 일입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초스피드로 진행돼도 10년, 아니 수십 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출 금리나 성장률 등 경제도 여전히 불안합니다. 하지만 1기신도시 주민만 30만 가구, 1백만 명이 넘을 텐데, 이들의 목소리를 지자체나 국회, 정부는 외면할 수 있을까요? 학군 등 주거 환경이 양호한 지역인 만큼 느긋하게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 겁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