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흉악범 강제북송 규정 없어"…정의용 측 주장 반박
입력 2023-02-07 17:56  | 수정 2023-02-07 18:04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출처=연합뉴스

'탈북어민 강제북송' 수사가 부당하다고 지적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주장을 검찰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지녔기에 정 전 실장 등이 합동조사를 강제 종료하고 강제북송을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습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문재인 정부의 강제북송 결정에 관여한 관리자와 실무자를 추가 수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과 이 다음날 정 전 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강제북송 의사결정 과정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보고 시점 등을 조사했습니다.


검찰은 그간 수사를 종합해 정 전 실장이 강제북송의 최종 결정권자로 판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입니다.

또한, 검찰은 정 전 실장을 재판에 넘기기 전에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정 전 실장의 진술을 교차 검증하고 혐의를 다진 뒤 신병확보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정부는 동해상에서 탈북어민 2명을 나포한 지 이틀 만인 2019년 11월4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청와대 대책회의를 열고 북송 방침을 결정했습니다.

이어 합동 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하고 11월 7일 탈북 어민들의 신병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당국에 넘겼습니다.

검찰은 북한 주민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지녔기에 당시 정부가 이들의 귀순 의사에 반해 추방을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정 전 실장은 조사에서 북한 주민을 무조건 대한민국 국민으로 고려할 수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한 북한 선수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북한으로 돌아갈 때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에 저촉되지 않느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검찰은 북한 선수들이 남북 교류·협력 목적으로 방문해 국가보안법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우선 적용된다는 입장입니다.

또 북한 주민이 귀순의사를 표시하면 자동으로 북한 공민 지위를 상실하고 대한민국 국민 지위를 취득한다는 국내법상 규정이 없다는 지적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적법에 따른 귀화 조건을 취득해야 하는 외국인과 달리 북한 주민은 어떤 조건을 구비해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우리 형법과 규정 속에서 북한 이탈 주민은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3조는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함의를 가지고 있으며,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 이탈 주민의 기본권은 보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금까지 성립한 판례 역시 이를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북한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북송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항변하지만, 검찰은 이 주장도 반박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라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를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추방이나 북송이 규정에 근거한 비보호 결정은 아니라는 겁니다.

또 귀순 의사를 밝힌 이탈 주민을 보호 시설에서 최장 120일간 조사할 수 있는데도 조사를 조기에 종료한 행위에도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를 저질렀으면 우리 형사법 절차에 따라 처벌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당연히 국민으로서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게 북한이탈주민법의 취지"라며 "이전에도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영역 안팎에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실형이 확정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상협 기자 lee.sanghyub@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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