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상급자 부조리에 극단선택했는데…군은 '애인 변심'으로 왜곡
입력 2023-01-31 14:10  | 수정 2023-01-31 14:28
군 부조리 / 사진=연합뉴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지금까지 51건 진정 사건 종결
국방부에 순직 재심사 요청

군 부조리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군에서 왜곡을 시도했던 사건이 뒤늦게나마 진실을 밝히게 됐습니다.

오늘(31일)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어제(30일) 열린 제59차 정기회의에서 1988년 숨진 강모 일병 사건 등 총 51건의 진정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강 일병 관련 군 기록에는 '빈곤한 가정 환경 및 애인 변심 등을 비관하는 한편 휴가 중 저지른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우려하다가 자해 사망'이라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위원회 조사 결과 강 일병은 당시 가정환경이 유복했고 애인도 없었으며 휴가 중 위법한 행위를 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위원회는 오히려 사망 전날 있었던 상급자 전역식에서 상급자가 구토를 하자 이를 먹으라고 강요 받았으며, 강 일병이 거부하자 구타를 당하는 등 모욕감을 느끼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던 1994년 7월에는 혹서기 훈련을 하던 중 한 병사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자 상급자는 이를 훈련 거부로 여겨 병사를 폭행했습니다. 이 상급자는 해당 병사가 내무반에 누워 있었을 때도 그를 밖으로 불러내 구타하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도록 방해했고, 결국 병사는 사망했습니다.

당시 군은 부대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하는 등 내부 구타·가혹행위 사실을 은폐하고 유족에게 사과나 배상을 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위원회는 이러한 사례들에 대한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재심사해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줄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습니다.

한편 위원회는 이날까지 이미 접수된 1787건 중 1510건을 종결하고 277건을 처리 중입니다. 위원회는 오는 9월로 예정된 활동 종료 전 모든 진정 사건의 조사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정기회의 외에 임시회의 등을 열어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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