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학교서 저체온증? 伊 학생들 "대학 강의 아니라 생존 강의"
입력 2023-01-31 09:49  | 수정 2023-01-31 10:03
팔레르모 대학에서 방한복을 입은 채 수업을 듣는 학생들/사진=연합뉴스
난방 장치 고장 났음에도 방치
저체온증 호소 학생 구급차 실려 가기도
학교 측, 학생들 항의에 "방한복 입어라"
이탈리아 서남부 시칠리아섬 주도 팔레르모에서 며칠간 저체온증 학생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여론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팔레르모 대학교에서 로베르타라는 이름의 여학생이 저체온증을 호소해 구급차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습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매체들은 이 일을 보도하며 로베르타가 실려 나간 교실의 난방 장치가 고장 난 지 2주가 넘었지만 수리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외벽은 통유리로 돼 있어 추위에 취약한 구조였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강의를 듣던 로베르타는 매주 금~토요일 주당 15시간 교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가을까지는 별 탈 없었지만 최근 이탈리아에 한파가 몰아닥치며 교실 내 온도가 14도 밑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영하까지 내려간 기온에도 난방이 수리되지 않자 긴 수업을 버티지 못하고 탈이 난 것입니다.


로베르타는 "대학 강의가 아니라 생존 강의를 들어야 했다"며 "양털 양말을 두 겹 신고 두툼한 바지, 털코트와 스카프를 입었다. 책상 밑에 집에서 가져온 난방기기를 틀었지만, 소용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입술이 검게 변하고, 팔과 다리의 감각이 없어졌다"며 함께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구급차를 부르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수강생들은 이전에도 교실이 너무 춥다며 온라인 수업을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한 수강생의 항의에 학교 관계자는 "방한복을 입으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 학생은 "약 3천700유로(약 495만원)의 강의임에도 비참한 환경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한편 며칠 전에도 팔레르모에 있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생이 저체온증으로 병원 신세를 진 바 있습니다. 이 학교도 난방 장치가 고장 났으나 1년 가까이 해결하지 않고 수업을 강행했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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