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구조선, '위험한 항해' 부추겨
이탈리아 정부가 지중해에서 난민을 구조하는 비정부기구(NGO) 구조선에 일부러 먼 항구를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5일(현지시간) 일간지 '라스탐파'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무부는 전날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지오 베런츠'호의 입항 요청에 서북부 리구리아주의 라스페치아 항구를 배정했습니다.
난민 구조선의 구조 지점에서 가까운 서남부 시칠리아섬이나 본토 최남단의 칼라브리아가 아니라 극단적으로 먼 항구를 배정한 것입니다.
MSF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라스페치아 항구까지 100시간을 항해해야 한다"라며 가까운 항구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28∼29일 라스페치아 항구에 도착할 예정인 MSF는 북쪽으로 향하던 도중 추가로 61명을 구조해 현재 '지오 베런츠'호에는 난민 130명이 탑승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에 입항하려는 난민 구조선을 먼 곳으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가 지난달 17일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로 지중해에서 난민 113명을 구조했을 때도 내무부는 구조 지점으로부터 1,700㎞ 떨어진 동북부 끝자락에 있는 라벤나항에 하선하라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NGO의 난민 구조선은 이주민들이 취약한 보트를 타고 목숨을 건 항해에 나서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난민 구조선의 존재 자체가 이주민들의 위험한 항해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선예랑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nyehr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