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서 '오빠야·자기야' 썼다가는…" 北, 평양어보호법 채택
입력 2023-01-19 15:03  | 수정 2023-01-19 15:07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회의 개최 / 사진=연합뉴스
"젊은층 중심 남한말투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
외부 사조 향한 경계심 반영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남한말투'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북한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북한은 지난 17~1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해 남한말을 비롯한 외국식 말투에 대한 '핀셋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주민들에게 공식 경고했습니다.

오늘(1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강윤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과 관련한 보고에서 "평양문화어를 보호하며 적극 살려나가는 것은 사회주의 민족문화 발전의 합법칙적 요구"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회의를 통해 2030 세대 내에 특히 만연한 남한식 말투와 호칭 사용을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은 수년 전부터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 콘텐츠를 접하면서 남한 말투와 영어식 표현을 사용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2021년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남친'(남자친구), '쪽팔린다'(창피하다)를 비롯해 남편을 '오빠', 남자친구를 '자기야'로 부르는 행위 등 남한식 말투와 호칭을 강력히 단속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법령을 채택한 것은 단순히 언어적인 측면을 넘어 외부 사조에 대한 당국의 경계심이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평양이 언어적 습관에서 무너지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사실상 근간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실장은 "이번 법 채택이 북한 주민들의 언어 사용 변화에 심각성을 느끼는 인식이 지도부 내부적으로 축적된 결과"라며 "주민들에게 일종의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이밖에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어 외국 영상물이나 출판물, 노래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강력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양강도 주민의 전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혜산시에서 10대 학생 3명이 공개 처형됐다"며 "2명은 남한 영화·드라마와 포르노 영상을 시청하고 친구들에 유포하다가 82연합지휘부에 적발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