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 썩는' 아이스팩 다시 많아지나? 부처 간 엇박에 정책 사각지대 뚫려
입력 2023-01-18 09:31  | 수정 2023-01-18 09:32
현대홈쇼핑이 도입한 친환경 아이스팩/사진=연합뉴스
환경부 정책에 친환경 아이스팩 늘어나나 했는데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개정으로 정책 구멍 뚫려
'안 썩는' 아이스팩 다시 많아질 듯
최근들어 썩지 않는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과 단순 얼음으로 포장돼 녹여서 버리는 '친환경 아이스팩' 중 후자가 많아지는 추세였습니다. 환경부의 2021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 시행령 개정 덕이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개정으로 환경부 정책이 일부 효용성을 잃으며 다시금 '안 썩는' 아이스팩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고흡수성 아이스팩에 kg당 313원(300g 기준 개당 94원)의 폐기물 부담금이 부과되며 판매 단가가 개당 105원에서 199원으로 비싸졌습니다.

이에 개당 128원인 친환경 아이스팩의 생산과 소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녹지 않는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은 고분자 화합물로 얼음에 비해 냉기 지속성이 뛰어나지만 미세플라스틱 일종이라 자연분해가 되지 않고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무게의 50~1천 배의 물을 흡수할 수 있어 잘못 버릴 경우 하수구가 막힐 우려가 있으며 자칫 사람에게 되돌아올 수 있어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리더라도 자연 분해에는 500년 이상 소요되기도 합니다.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을 재활용하려 세척 중인 자원봉사자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지난해 10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이 개정되며 제조업 창업기업에 대해 각종 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제도가 2027년 8월 2일까지 5년 연장된 것입니다.

창업을 한 지 7년이 안 된 기업은 '폐기물 부담금'을 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즉 '고흡수성수지'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은 환경을 위해 부과하던 '폐기물 부담금'을 피해 갈 수 있습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정책 사각지대가 생겨 업체들이 각종 편법으로 폐기물 부담금을 회피하면서 단가가 저렴한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 생산과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 기간이 7년 이내인 업체는 물론, 7년 이상 된 업체들도 사업자를 새로 내는 방법으로 부담금을 회피할 수 있다"며 "단가가 저렴한 고흡수성 아이스팩을 만들어 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가장 쉬운 방법은 (7년 이상 된 기업이) 신생 업체로부터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을 사 되파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폐기물 부담금을 내며 직접 아이스팩을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처 간 정책이 엇박자를 내 2년여간 눈에 띄게 줄어든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이 다시금 많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마켓컬리가 도입한 친환경 아이스팩/사진=연합뉴스

정책에 발맞춰 친환경 제품을 개발 중이던 중소기업은 울상이 됐습니다.

정책이 혼선을 빚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환경부가 추진한 정책을 믿고 친환경 냉매를 사용한 아이스팩을 개발했는데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개정으로 시설투자비, 연구개발비는 물론, 사업 영위 의지도 꺾인 상태"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업계 내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인정하며 "관련 부처와 협의해 폐기물 부담금 회피 등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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