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주 변호사 살인 사건' 공범 인정 안돼…대법원, 파기환송
입력 2023-01-12 10:56  | 수정 2023-01-12 11:09
대법원 / 사진=연합뉴스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조직폭력배 출신 50대 남성이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대법원 2부는 살인, 협박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김 씨는 제주의 한 폭력범죄단체 '유탁파' 출신으로 지난 1999년 성명불상자로부터 현금 3천만 원과 함께 이승용 변호사를 손 좀 봐달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후 김 씨는 2~3개월간 동갑내기 조직원 손 모 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했고, 손 씨는 그해 11월5일 새벽 제주의 한 도로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이 변호사의 복부와 가슴을 세 차례 찔러 살해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9년 후배를 통해 SBS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에 나와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에 관한 내용을 인터뷰했는데, 누군가로부터 범행을 사주받은 것이고, 손 씨와 상의한 끝에 이 변호사를 목숨을 앗아간 것은 손 씨가 했다는 취지로 언급했습니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김 씨는 경찰의 재수사 대상이 됐고, 캄보디아에 불법체류 신분으로 머물던 김 씨는 지난해 6월 현지 당국에 적발됐는데, 이 과정에서 김 씨는 프로그램PD에게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1심은 김 씨의 살인 혐의는 무죄로, PD 협박 등은 유죄로 보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시한 근거들 상당 부분은 가능성에 관한 추론에 의존했다"며 "일부 인정되는 사정만으로 현장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주범으로 파악되지 않은 김씨의 공소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반면 2심은 살인 혐의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12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 사주를 받은 사실부터 범행 실행까지 경위를 묘사하면서 일관성을 유지했다"며 김 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씨에게 지시를 했다는 상급자가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점을 근거로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배치돼 믿을 수 없다"며 "이후 다른 사람이 지시했다고 진술을 바꾸는 등 수차례 진술을 번복했다"고 살인을 인정할 만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원심이 인정한 진술의 구체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며 "손 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여지는 있지만, 현장에 없던 김 씨에게까지 함부로 살인의 고의나 공모를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길기범 기자 road@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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