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지붕 얹을 이엉 엮기…볏짚부터 엮기까지 과거 그대로
한 겨울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에서는 옛 초가집 지붕에 얹을 '볏짚 이엉 엮기'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순천 낙안읍성보존회 전통기술 보유 회원들은 올해 9월 낙안읍성 초가지붕 교체용으로 쓸 이엉을 13일까지 엮습니다.
이엉은 볏짚을 한 움큼 손에 잡고 모아 짚으로 엮어나가면서 두루마리가 되게 만든 것입니다. 하단 부분에 가지런히 엮어 새끼 모양으로 규칙적으로 이어진 부분이 완성되면 주변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사적 302호 낙안읍성은 100여 가구 300여 동에 달하는 초가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추수가 끝난 후 초가집 지붕에 이엉을 엮어 덮는 일은 읍성 내 거주하는 주민들에겐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요즘은 초가지붕을 올리는 짚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쓰러짐 방지를 위해 길이가 짧은 품종을 선호하고 트랙터로 벼 수확을 하기 때문입니다. 낙안읍성 주민들은 초가지붕에 활용할 긴 짚더미를 확보하기 위해 특별히 '새청무벼', '신동진벼'를 재배합니다. 수확 후 볏단을 뜨거운 태양 아래 넓은 공간에 놓고 말리는 등 신경 써서 관리합니다.
전북 정읍에서
순천 낙안읍성 내 초가집 전경 / 사진=순천시 제공
낙안읍성을 찾은 한 관람객은 "잊혀가는 이엉 엮는 모습을 보고 옛 추억을 꺼내 자녀들과 이야기했다"며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모습을 계승하며 살고 있는 낙안읍성 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한편, 낙안읍성은 초가 이엉 전통 기능인들이 70~80대의 고령으로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향토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초가 이엉 엮기, 날개 엮기, 용마름 만들기 등 전문 인력 양성과 낙안읍성을 찾는 관광객에게 볼 거리와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낙안읍성의 초가지붕 이엉 엮기 작업은 조선시대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통문화유산"이라며 "낙안읍성을 찾는 관광객에게 우리 것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